시인 김민정 씨는 고양이를 키운 지 5년째다. 그는 생후 한 달 된 고양이를 애완동물 매장에서 데려왔다. 발을 다쳐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회색 아기 고양이. 새 식구로 들이는 데 수십만 원이 들었다. ‘무구’라는 이름을 붙였다. 무구는 시인에게 무척이나 각별한 친구가 됐다. 이달 초 무구를 잃어버렸을 때 시인은 울고불고 하면서 거리 곳곳을 찾아다녔다. 고양이를 찾아주는 전문 탐정의 도움으로 무구를 찾았다.
독립적인 스타일의 고양이와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문인들은 꽤나 잘 어울린다.
미국 포틀랜드에 사는 동화작가 선현경 씨와 남편인 만화가 이우일 씨 곁에는 서울에서 키우던 고양이 ‘카프카’도 함께 있다.
황인숙 시인은 길고양이들의 먹이를 챙기는 ‘캣맘’으로 유명하다. 황 씨가 회장을 맡고 강태형 전 문학동네 대표,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김성미 북디자이너 등이 회원인 ‘길고양이 기금 후원회’도 있다. “후원금은 오로지 다친 길고양이들을 치료하는 데만 쓰여요. 병원비가 만만찮아 치료를 못 받고 죽어가는 고양이들이 적지 않거든요.” 실무를 맡고 있는 전지영 위즈덤하우스 디자이너가 밝히는 후원회의 취지다. 치료비가 부족할 때는 바자회도 연다.
에세이집 ‘작가와 고양이’에선 고양이에게 매료된 작가들의 감성을 만날 수 있다. 까다로운 노랑둥이 ‘레일라’, 낙천적인 ‘몽식이’와 함께 사는 소설가 윤이형 씨. 처음 둘을 맞았을 땐 서로 견제가 보통 아니었지만 6년이 지난 지금은 서로의 얼굴을 핥아주고 엉덩이를 붙인 채 정답게 잠을 잔단다. 시인 이민하 씨와 인연을 맺은 길고양이 ‘신비’는, 길에서 지내다가도 새끼를 낳으면 이 씨에게 맡긴다. 신비 덕분에 이 씨는 새끼 고양이를 양육하는, 선물 같은 기쁨을 얻게 됐다.
염승숙 씨의 소설가 이력은 고양이 ‘고래’의 나이와 같다. 난 지 두 달 된 고래가 집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등단했다. 고양이 나이 10년, 소설가로 살아온 10년이다. “매일같이 적합한 언어와 충만한 서사를 찾아 헤매고, 가난해지려는 정신과 다투는 삶. (…) 그리하여 결국 오롯이 ‘자기의 것’이라고 할 만한 걸 갖게 되는 삶.” 홀로 거리를 다니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갖고자 하는 고양이와, 홀로 문자의 세계를 탐색하면서 자신만의 글을 찾아 헤매는 소설가는 그렇게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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