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처럼 달처럼 우주사막의 나그네 되어 밤이면 밤마다 꿈속을 드나드는 내 그리움, 정금의 별이 되듯
그대 따라 혼자서 날개를 달고, 혼자서 바람이 되어 500억 광년 저 너머로 길을 떠나고 싶은 그대 금관의 해와 달, 금과 옥의 기다림을 아시는가.
눈부시구나. 신라 천년 금빛의 역사여. 서라벌의 도읍 계림에 가면 해와 달처럼 솟은 둥근 동산들이 하늘을 받치고 섰더니 바로 56대를 이어온 왕들의 무덤이었던가. 나는 1973년 여름 그 가운데 155호 고분을 발굴할 때 거기 가서 땀 흘리던 고미술사학자들과 맥주 잔치를 벌인 일이 있었다.
아, 여기 신라가 고스란히 살아있었구나, 천년 잠이 어제인 듯 부스스 털고 일어나 맑은 햇빛 속에 웃음 띠며 걸어 나오는 거룩하고도 아리따운 얼굴들. 임금님의 말다래에 그려진 하늘을 나는 말 그림이 여느 솜씨가 아닌 거라. 그래서 천마총이라 부르고 국보 188호 ‘천마총 금관(天馬塚 金冠)’ 이름도 생겨난 것이다.
이미 앞서 발굴된 ‘금관총 금관’과 쌍벽을 이루는 이 왕관은 주인이 머리에 쓴 채 누워있었으며 앞면에 4단의 출(出)자를 세우고 뒷면에 사슴뿔 모양의 장식을 붙였다. 그리고 꽃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곡옥(曲玉)들과 영락(瓔珞)이며 두꺼운 금판으로 그 화려함은 금관총 금관을 넘어선다.
시인은 ‘500억 광년 저 너머로 길을 떠나고 싶은/그대 금관의 해와 달, 금과 옥의/기다림을 아시는가’ 했거니, 누구신가. 백성들 고루 배불리고 마음 편하게 섬긴 보람 자자손손 뽐내며 오늘까지 이 빛나는 금관을 쓰고 먼 우주여행을 하고 계신 그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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