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 재미있지만 로맨틱 코미디에 머물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4일 03시 00분


[매슈 본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는 17명의 무용수가 등장한다. 하지만 공연을 보면 그 배가 되는 무용수가 등장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정교하다. LG아트센터 제공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는 17명의 무용수가 등장한다. 하지만 공연을 보면 그 배가 되는 무용수가 등장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정교하다. LG아트센터 제공
일단 재미있다.

22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영국 출신 안무가 매슈 본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얘기다. 이 작품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에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동명의 고전 발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본이 만들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호두까기 인형’(1992년) ‘백조의 호수’(1995년)에 이은 차이콥스키 3부작 완결판이다.

마녀의 저주에 걸린 오로라 공주가 100년 동안의 긴 잠에 빠진다는 것을 기본 틀로 시대적 배경을 1890년에서 2011년까지 확장했다. 왕자가 아닌 정원사와의 사랑, 100년 동안 공주를 기다리기 위한 장치로 뱀파이어를 등장시킨 것 등은 색다르다.

작품 자체는 노래와 대사가 없다. 모든 것이 무용수들의 춤과 연기로만 이뤄진다. 뛰어난 이야기꾼인 본은 춤으로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고, 무용수들은 몸으로 대사와 노래를 한다.

유머적 요소와 무대장치는 훌륭하다. 특히 도입부에서 등장하는 아기 오로라 공주는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일본의 인형극인 ‘분라쿠’ 기법을 활용해 검은 옷을 입은 3명이 아기 인형을 생생하게 연기한다. 무용수들의 코믹 연기도 뛰어나다. 무빙워크의 신선한 사용도 눈길을 끈다.

이야기, 안무, 연기, 조명, 세트 등 무대의 모든 것이 잘 어울려 보는 내내 즐겁고 행복한 느낌을 주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100%가 아닌 110%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댄스 뮤지컬’을 표방했지만 춤은 수단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고전 발레, 사교댄스, 플라멩코, 힙합 등 다양한 춤의 장르를 녹아냈지만 안무 자체의 신선함은 없다. 무용 자체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듯하다.

돈이 아깝지 않고 웃을 수 있고 재미있지만, 로맨틱 코미디에 머물렀다. ★★★☆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매슈 본#잠자는 숲속의 미녀#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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