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집 ‘사람의 마음’(2014년)은 다소 격앙돼 있었다. 그때 장기하도 말했다. “칼을 뽑고 록 밴드로서 진짜 승부를 해보고 싶었다”고.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장얼)이 2년 만에 낸 정규 앨범 4집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16일 발매)는 서걱대는 음반이다. 3집이 ‘장얼식’ 맥시멀리즘(화려하고 장식적이며 과장된 형태의 문화예술적 경향)의 정점이었다면, 신작은 쌀밥 한 톨의 식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클래식을 노린 대담한 작품이다. 한겨울 침엽수처럼 악기들이 성긴 편곡으로 늘어선 사이를 장기하의 랩 같은 말맛이 휘젓고 다닌다.
‘쿨쿨’ ‘쿵쿵’ ‘컴컴’ ‘콕콕’ ‘쿵쿵’ ‘콸콸’ ‘쾡’ ‘쾅’…. 자음 ‘ㅋ’을 활용한 단어들이 신파조의 레게 리듬 사이로 살포되는 타이틀 곡 ‘ㅋ’은 하이라이트다. 중반부, 장조로 훅 조바꿈했다 빠지는 ‘나는 마치 콩을… 쾅 닫힌 대화창뿐이네’ 부분을 보라.
펑크(funk) 리듬과 피아노의 보다 적극적인 활용, 천연덕스러운 합창의 전면 부각이 돋보인다. ‘가나다’에서 장기하는 ‘ㅋ’에 이어 또 한 번 국어 솜씨를 뽐낸다. ‘빠지기는 빠지더라’에서는 맛있는 펑크, 낙차 큰 멜로디, 장얼식 합창단이 이루는 힘의 조합이 여흥을 넘어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킨다. 단순해 보이는 반복 구절 ‘빠지기는 빠지더라!’를 장기하처럼 미묘하게 외칠 이는 별로 없다. 헐거운 척 정교한 연주와 편곡을 해낸 멤버들의 공 역시 지나칠 수 없다.
산울림, 비틀스를 닮은 순정한 악곡, 흑백 영화 같은 구식 공간감으로 승부하는 발라드들, ‘그러게 왜 그랬어’ ‘가장 아름다운 노래’ ‘살결’ ‘오늘 같은 날’이 앨범을 더 빛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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