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이 돼 처음 ‘주번 완장’을 찼을 때가 기억난다. 등교할 때 질서 지도를 하던 게 다였지만 어쩐지 어깨가 쭉 펴졌다. 그런 게 완장의 힘이었나 보다.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앙투안 로랭 지음·양영란 옮김·열린책들)는 198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미테랑 당시 대통령의 모자를 주운 사람들의 ‘자신감 승천 소동’을 코믹하게 그렸다. 대통령이 단골 식당에 두고 간 모자를 갖게 된 재무 담당 직원은 회사에서 의견을 적극 개진하며 승진한다. 그가 깜빡 잊고 기차에 놓고 내린 모자를 손에 넣은 이는 작가로 데뷔하고, 다시 공원에서 모자를 주운 이는 신비한 향수를 만들게 되는데….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무언가는 제각각이다. 가족의 격려, 친구나 선후배 혹은 스치듯 만난 이의 한마디일 수 있다. 톡 건드려주면 자신감이 뿜어져 나오게 만드는 마법의 열쇠는 어쩌면 가까이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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