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김기덕]호국보훈과 우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8일 03시 00분


김기덕 우정사업본부장
김기덕 우정사업본부장
한 방송사에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안중근 의사를 아는지 길거리 설문조사를 했더니 10명 중 8명이 제대로 답변을 못 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중 절반은 아예 이름조차 알지 못했고, 상당수는 안창호 선생과 윤봉길 의사로 혼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 아이돌 그룹 멤버가 사진을 보고 인물을 알아맞히는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에서, 안 의사를 보고 엉뚱한 이름을 말한 것을 계기로 일반인은 어떤지 알아보려 한 것이다.

윈스턴 처칠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란 말을 곱씹어 본다면 역사를 대하는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기억하지 못하면 역사는 잊힌다. 독일 뮌헨 중앙역에서 기차로 10분만 가면 다하우 수용소가 있다고 한다. 독일 최초의 수용소이다. 그곳에는 어떻게 나치가 시작되었는지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에 얼마나 참혹한 생체실험이 있었는지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부끄러운 과거지만 독일은 후대인들이 역사를 잊지 않도록 이 수용소를 보존하고 있다.

충남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은 조국의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수많은 선열의 희생을 기억하고 대한민국의 내일을 향한 버팀목으로 삼기 위해 건립됐다. 전시관에서는 항일독립운동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특별전이 열려 우리 민족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하고 있다.

우표도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인물, 문화, 사회 모습 등 그 나라가 걸어온 길을 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뜻과 얼을 되새기기 위해 우표를 발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6·25전쟁 당시 목숨을 바쳐 전공을 세운 국군 5명 등 총 10명의 호국 영웅을 담았다.

올해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인 남자현 열사와 주시경 선생을 우표로 발행했다. 남 열사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화 ‘암살’의 주인공인 안옥윤의 실제 모델로 알려지면서 재조명됐다. 사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참여한 여성은 수천 명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관순 열사를 빼고는 그분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남 열사는 혈서로 조선의 독립을 호소해 ‘여자 안중근’으로 불린다. 일본군에 붙잡혀 혹독한 고문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 먹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 있다. 독립운동은 그 정신으로 이루어진다’는 유서를 남겼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현충일과 6·25전쟁일은 잘 알겠지만 1일은 의병의 날이고 15일과 29일은 제1, 제2 연평해전이 있었던 날이다. 가장 소중한 게 생명이다. 이를 나라에 바쳤으니 그 숭고함을 어디다 비교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것이다. 그것은 도리고 예의다. 이 나라 주인이라면.

김기덕 우정사업본부장
#안중근#안창호#윤봉길#625전쟁#남자현 열사#주시경 선생#호국보훈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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