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콰지모도(위 사진)와 부랑자들의 리더 클로팽(아래 사진) 1인 2역을 연기하고 있는 문종원. 마스트미디어 제공
‘종지기와 부랑자들의 리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인 꼽추 콰지모도와 부랑자들의 리더 클로팽은 남자 배우들에게는 꿈의 배역으로 꼽힌다.
한국 초연 10년을 맞은 이 작품에서 두 배역을 동시에 맡은 배우가 바로 문종원(37)이다.
콰지모도는 마치 성대를 긁어내는 듯한 거친 음색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클로팽은 부랑자들의 격동적인 군무가 특징으로 앙상블 배우들을 이끌며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을 뽐낸다. 한마디로 멋있는 두 역할을 한꺼번에 꿰찬 것.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 공연 사상 처음으로 주인공 콰지모도와 조연 클로팽 역을 동시에 맡아 연기하고 있는 배우 문종원. 그는 “프랑스 오리지널팀에서도 두 배역을 동시에 맡는 경우가 드물다”며 “어깨가 무겁지만 두 역할 모두 완벽하게 그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23일 서울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주변 배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행복한 마음도 있지만 사실 고민의 시간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제가 감정 변화의 폭이 무척 넓고, 캐릭터에 푹 빠지는 스타일이에요. 근데 두 역할을 번갈아 가며 같은 시즌에 하게 되니 정신이 없죠.”
어떻게 한 시즌에 같은 작품에서 두 역할을 맡게 된 걸까. 그는 2007년 ‘노트르담…’ 한국어 초연 때 클로팽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재공연 때도 수차례 같은 역할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2013년 공연을 앞두고 프로덕션이 클로팽 역을 또 제안했는데, 제가 엉뚱하게 콰지모도를 시켜주면 클로팽도 하겠다고 역제안을 했죠.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결국 클로팽만 했어요. 3년이 지난 뒤에야 프로덕션이 제 제안을 수락하더군요.”
그는 주로 무대에서 선 굵고 카리스마 넘치는 강한 역할을 도맡아 왔다. 특히 악역이 많았다. 2012년 뮤지컬 ‘레미제라블’ 한국어 초연 당시 장발장을 쫓는 경감 자베르 역에 혼자 캐스팅돼 총 290회 공연을 소화했다. 뮤지컬 ‘조로’에선 조로를 질투하는 악역 라몬, ‘아이다’에선 야심에 불타는 조세르 역을 맡았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선 조선 태종(유아인)과 팽팽한 긴장 관계를 조성했던 명나라 영락제 역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동안 악역만 계속 맡다 보니 감정의 여파가 남아 우울증이 왔던 적이 있다. 조로 출연 당시 증세가 악화돼 차기작이었던 연극 ‘됴화만발’에서는 결국 하차했다. 이번 공연에선 운 좋게 악역을 피했다. “콰지모도와 클로팽을 동시에 소화하다 보니 상념에 빠질 시간이 없어요. 처음으로 작품을 하면서 감정적으로 힘들지 않은 것 같아요.”
그에게는 감정의 늪에 빠질 때마다 구조하듯 꺼내주는 사람이 있다. 단국대 연극영화과 98학번 동기인 배우 조승우다. 그는 “승우가 제게 쓴소리를 하는 유일한 친구”라며 “승우는 진심 어린 충고로 저를 이끌어준다”고 말했다.
“원래 배우가 될 생각은 없었어요. 대학을 가려고 연극영화과에 원서를 넣었는데 덜컥 합격했죠. 하지만 뜻이 없으니 학사경고를 3번이나 받았어요. 그러다 군대에 다녀와서 승우의 ‘베르테르’ 공연을 봤는데 그때 처음으로 연기가 하고 싶더라고요.”
지금은 주연급 배우로 성장한 그는 “계산된 연기가 아닌, 캐릭터와 동화돼 한 몸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는 그 꿈을 콰지모도, 클로팽 두 캐릭터를 통해 일구고 있는지도 모른다. 8월 21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6만∼14만 원. 02-541-6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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