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인 황재형 작가의 유채화 ‘하루’(1986년). 박수근미술관 제공
제1회 박수근미술상을 받은 영예의 주인공인 황재형 작가(64)의 수상 기념 개인전이 11월 9일∼12월 1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02-2153-0000)에서 열린다. 이 상은 동아일보와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강원일보 등이 미석(美石) 박수근 화백(1914∼1965)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황 작가는 전남 보성 출신으로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1983년부터 강원 태백시에 거주하며 탄광촌의 일상과 자연을 화폭에 옮겨 왔다. 갱도 사고로 숨진 광부가 유품으로 남긴 작업복을 묘사한 유채화 ‘황지330’(1981년·국립현대미술관 소장)으로 명성을 얻은 데 대한 죄책감을 떨치기 위해서였다.
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인 황재형 작가의 유채화 ‘선탄부 권씨’(1996년). 박수근미술관 제공 박수근미술상 심사위원단은 “황 작가는 묵직하고 탄탄한 사실주의 화법을 견지했다. 시대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토착적 리얼리즘을 추구한 박수근 화백의 예술혼을 이어낸 작가”라며 만장일치로 수상자를 선정했다. 번잡한 미술계를 등지고 33년째 탄광촌에서 살아온 이력에 관해서는 “관찰자로서의 그림을 지양하고 실제 삶의 궤적에서 우러난 예술 작업을 견지해 온 흔치 않은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인 황재형 작가. 박수근미술관 제공 수상 기념 전시에는 진폐증을 앓는 광부의 얼굴을 그린 ‘아버지의 자리’(2013년), 작가의 큰어머니를 모델로 한 ‘존엄의 자리’(2010년), ‘선탄부(選炭夫) 권씨’(1996년), ‘하루’(1986년) 등의 기존 작품에 현재 작업 중인 신작을 더해 3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황 작가는 “어떤 일을 하든 상관없이 인간 삶의 모든 조화는 땀에서 비롯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의 작업실은 폐선(廢船)에서 떨어져 나온 목재나 인근에서 수집한 돌덩이를 손수 깎고 다듬어 만든 가구와 식기로 채워져 있다.
“미술계뿐 아니라 현대사회 전반의 흐름이 땀에 대한 믿음에서 어긋나 있다고 판단해 미련 없이 떠났다. 내 그림은 내 생각을 담은 표현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생활과 작업을 위해 흘린 땀이 자득(自得·스스로 얻기)한 흔적이다. 알찬 전시가 되도록 땀 흘려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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