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박수근]그림 그리던 나무-개울가… 그곳에 가면 아직도 그가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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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의 추억을 찾아…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옥외정원에 놓인 박수근 화백의 동상. 미술관 입구 반대편에 앉아 자신의 그림을 보러 찾아온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듯한 모습이다. 박수근미술관 제공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옥외정원에 놓인 박수근 화백의 동상. 미술관 입구 반대편에 앉아 자신의 그림을 보러 찾아온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듯한 모습이다. 박수근미술관 제공
강원 양구군에 가면 박수근 화백(1914∼1965)과 만날 수 있다. 곳곳에 그의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수근은 1914년 2월 22일 양구군 양구읍 정림리에서 태어났다. 그는 일곱 살에 양구보통학교에 입학했다. 양구보통학교는 1911년 4월 1일 개교했는데, 개교 당시 학교는 현재의 양구우체국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양구읍 중리에 위치한 양구우체국 뒤쪽으론 양구등기소가 있고, 그 뒤쪽으로 양구교육청이 있다. 양구교육청에서 좌측 방면으로 ‘박수근 나무’로 지정된 느릅나무 두 그루가 있다. 수령 300년인 느릅나무는 보통학교 시절 박수근이 자주 올라 그림을 그리곤 했다고 알려져 있다.

박수근의 작품에는 유난히 나무가 많이 등장한다. ‘나무와 두 여인’ ‘고목과 여인’ ‘귀로’ 등의 유화 작품도 많지만, 잎과 열매가 없어 벌거벗은 듯한, 마치 추워 죽어 있는 듯한 나무 스케치가 대부분이다.

정림리 앞쪽을 흐르는 서천가도 박수근의 작품이 잉태된 곳이다. ‘빨래하는 여인’ ‘절구질하는 여인’ ‘맷돌질하는 여인’ ‘나물 뜯는 여인’ ‘아기 업은 소녀’ 등 현재 알려져 있는 박수근 작품의 상당수가 이곳을 배경으로 그려진 작품들이다.

박수근은 어린 시절부터 일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그리는 일에 천착했다.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청소년기의 박수근은 농사일을 돕거나 일찍 시집간 누나들을 대신해 집안의 소일거리들을 도왔다. 밀레의 ‘만종’ 같은 목가적인 풍경을 그리고 싶었던 박수근은 자신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품세계를 체화했다.

그의 작품은 박수근미술관에 정리돼 있다. 미술관은 2002년 10월 강원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 그의 생가 터에 건립됐다. 미술관은 박수근 작품의 수집, 전시, 연구, 교육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현재 박수근미술관은 그의 유품을 비롯해 유화, 수채화, 드로잉, 판화 등 약 7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미술관은 박 화백의 생애와 예술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념전시실과 작품 세계를 연구해 연간 2, 3회 상설 기획 전시하는 기획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2006년부터는 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 운영 교육실에서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 등을 연간 상설 운영하고 있다.

미술관은 2012년 강원도 대표 미술관으로 지정돼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각 지역 대표미술관 15곳과 연계해 소장품 보존관리, 전시, 교육 등의 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수근미술관 전경. 건축가 고(故) 이종호 씨가 “작가의 삶의 자취가 남겨진 대지에 미술관을 새겨나간다”는 취지로 설계했다. 박수근미술관 제공
박수근미술관 전경. 건축가 고(故) 이종호 씨가 “작가의 삶의 자취가 남겨진 대지에 미술관을 새겨나간다”는 취지로 설계했다. 박수근미술관 제공

2004년에는 경기 포천시 동신교회 묘지에 있던 박수근과 그의 부인의 묘를 이장해 미술관 부지 안에 안장했다. 묘지로 가는 길에 있는 동산 언덕에는 양구 시내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그 외에 박수근 공원과 자작나무 숲길 등이 있어 산책과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박수근미술관 부대시설인 정림리갤러리는 2010년 6월부터 시작된 ‘잇다’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주민과의 유대 형성은 물론이고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잇다’ 프로젝트는 국내 역량 있는 신진 작가와 지역 문화예술단체를 공모를 통해 선정해 전시를 지원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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