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이 굉장히 힘들다는 소문을 많이 들었어요. 무대에 섰을 때도 몸의 방향까지 정확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매우 힘들었어요.”
뮤지컬 ‘위키드’의 금발 인기녀인 글린다 역을 맡은 아이비는 2012년 위키드 호주팀 내한공연 두 번, 한국 라이선스 공연 한 번 등 총 3차례 위키드 공연을 관람할 정도로 이번 역할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보는 것과 실제로 역할을 소화하는 것은 달랐다. 그만큼 위키드는 모든 것이 시스템적으로 철저하게 준비돼 있다.
철저한 시스템은 이 작품의 인기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많은 요소들이 결합해 위키드는 지금까지 전 세계 4900만 명이 관람했고, 39억 달러의 흥행기록을 세우며 블록버스터 뮤지컬로 명실상부하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누적관객만 60만 명을 넘어섰다.
위키드는 글린다의 손짓과 엘파바의 발동작에 맞춰 조명, 오케스트라, 무대 세트, 앙상블 의 움직임이 다 맞춰져 있다. 초록마녀 엘파바 역을 맡은 박혜나는 “위키드는 정말 철저한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내가 그 속에서 자유로워질 때 캐릭터가 살아있을 수 있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음표 하나, 음절 하나마다 정해진 큐 사인에 맞춰 이야기가 펼쳐진다. 양주인 음악감독은 “음절 큐로만 따지만 1000여 개가 된다. 거의 0.1초 만에 지휘자의 손이 나가야 할 때도 있다. 너무 힘들다보니 1주일에 3∼4번은 마사지를 받는다”고 했다. 작품 중 ‘원 쇼트 데이’ 넘버는 가장 많은 큐사인이 나오는 장면으로 100개 정도다.
또 다른 인기 요소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중독성 있는 뮤지컬 넘버들의 멜로디다. 위키드는 17인조의 오케스트라가 공연마다 연주한다. 퍼커션도 100개 정도의 악기로 구성됐다. 퍼커션 중 샌드페이퍼 등은 국내에 없어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중력을 벗어나’ ‘너로 인하여’ ‘파퓰러’ 등 대표적인 넘버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멜로디의 풍성한 22곡이 하나같이 다 매력적이다. 특히 엘파바의 ‘중력을 벗어나’는 초반부 멜로디가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수록된 ‘오버 더 레인보’의 리듬을 따와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매력적인 스토리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말콤 램 테크니컬 슈퍼바이저는 “위키드가 시각적으로 화려한 작품이라 해도 좋은 스토리가 없었다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스토리가 잘 받쳐줬기에 기술적인 부분도 빛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상적인 동화와 같은 에메랄드 시티 속 두 마녀의 우정,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현실과 맞닿아 있다. ‘좋다고’만 주장하는 정치, 다름을 차별로 대하는 사회 등 보는 사람마다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2003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도 적지 않다. 무대의 95%가 자동화, 단 한 번의 암전도 없이 이뤄지는 54번의 장면전환, 줄도 없이 무대 위 4m 높이로의 비상, 무대를 위아래는 물론 좌우로 매끄럽게 오가는 버블 머신 등을 둘러싼 비밀은 여전히 관객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7월 12일∼8월 28일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2시, 7시, 수요일 마티네 오후 3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6만∼14만 원. ‘1565 캠페인’에 따라 8∼15세(2009년 7월 이전∼2001년 이후 출생)와 65세 이상(1951년 이전 출생) 관객에게 관람료를 50% 덜어주고, 이들과 함께 오는 일반 관객도 10%를 할인해 준다.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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