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 한류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 중이다. 그중 하나가 비보이다. 각종 세계 대회를 휩쓸고 있다.
그렇지만 ‘진조 크루’는 특별하다. 그들은 비보이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팀명의 진조(進조)에는 ‘불살라 오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미국 팀을 빼면 우승한 적이 없었던 미국의 ‘프리스타 세션’을 비롯해 영국의 ‘UK비보이 챔피언십’ 등 비보이 5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각종 세계 대회에서 80회 이상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8일 경기 부천의 연습실을 찾아갔다. 예상과 달리 깨끗하고 넓었다. 두 개의 연습 공간에 사무실까지 갖췄다. 인상적인 것은 단원들이 대부분 나와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김헌준 단장 겸 슈퍼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대표(32)는 “단원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전 9시까지 출근해 홍보, 기획 등의 일을 한다. 연습은 오후 5시부터 5시간 정도 한다”고 했다. 진조 크루가 춤만 출 줄 아는 춤꾼들이 아니라 엑셀과 파워포인트 등을 다룰 줄 아는 사무직 직원들이라는 게 의외였다.
진조는 김 단장이 고교 시절인 2001년 뜻이 맞는 선후배들과 함께 만들었다. 춤이 너무 좋아, 춤으로 승부를 걸어보고 싶은 욕심에 일반 중학교에서 정보산업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부모님에게 ‘스무 살 때까지 춤으로 승부를 걸고 싶다. 그때까지 이뤄놓은 것이 없다면 공부를 하겠다’고 선언했어요. 하하.”
그 마지노선을 1년 앞둔 2003년 그는 한 대회에서 프로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 결과로 계속 춤을 추어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결심했지만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2005년부터 5년간은 돈이 없어 다른 팀이 연습하지 않는 자정부터 오전 9시까지 연습했다. “춤만 추기에도 하루가 부족했어요. 돈이 필요하면 대회에 나가 상금을 타서 그걸로 생활했어요. 한 달 생활비가 10만 원 정도밖에 안 됐어요.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어 누구보다 행복했어요.”
진조는 세계대회가 열리면 주최 측이 경비를 모두 대면서까지 가장 모시고 싶어 하는 팀이 됐다. 2012년부터 2년간 비보이랭킹즈(bboyrankingz)에서 1위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이후 이들은 자진해서 랭킹에서 물러났다. “아무리 대회에서 우승해도 ‘우리들만의 리그’였어요. 일반인들은 잘 몰라요. 그 대신 공연 등 다양한 활동으로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현재 진조는 스트리트댄스 팀으로는 유일하게 단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있다. 단원 중 3명이 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경기도 전문예술단체로도 지정돼 기부도 받는다. 국내외 공연에 나서 회당 수백만 원을 받고 있다. 7월 22∼24일 부천역 마루광장에서 열리는 ‘부천 세계비보이대회’도 주관한다. “부모들이 나서서 자식들을 비보이로 만들 수 있는 문화가 되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비보이가 빌딩도 사고, 존경도 받을 수 있구나 생각할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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