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수학책/루돌프 타슈너 지음/박병화 옮김/304쪽·1만5000원·이랑
세계 최초의 계산기 파스칼린.
저금리 시대다. 복리로 연리 2%인 예금이 두 배로 늘어나려면 몇 년이 걸릴까. ‘1.02를 몇 제곱하면 2가 되는가’ 하는 문제인데 머릿속으로 잘 계산이 안 된다. 간단한 계산 방법이 있다. ‘70’을 이율로 나누면 된다. 문제의 답은 35년. 마찬가지로 연리 7%라면 70을 7로 나눠 나오는 10년이 걸린다. 이는 100분의 70, 즉 0.7이 2의 자연로그와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빈 공대 교수인 저자의 이 책은 역사와 현실 속 소재를 활용해 수학에 얽힌 문화사를 소개했다.
고대 사회에서 수는 권력이었다. 파라오의 고문관들은 나일 강의 범람 시기를 계산했고, 바빌로니아의 신관들은 일식과 월식을 계산한 뒤 예언을 통해 권위를 유지했다. 이후에도 큰 숫자는 부유한 사람이나 필요했고, 계산은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로마 숫자로 57은 ‘LⅤⅡ’, 75는 ‘LⅩⅩⅤ’로 썼고 두 숫자를 곱하는 것은 중세 최고 수준의 대학에서나 가르치는 분야였다.
그러나 16세기 유럽에 십진법이 보급되면서 엄청난 혁명이 일어났다. 아담 리스가 1550년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는, 오늘날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것과 같은 계산법 책을 낸 뒤 누구나 숫자를 읽고 셈할 수 있게 됐다. 수학은 계몽주의 최초의 성공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책은 지구의 둘레를 계산한 고대 알렉산드리아의 에라토스테네스부터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원칙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명제가 있다’는 ‘불완전성 정리’를 내놓은 현대 수학자 괴델까지 수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플라톤이 자신의 이상국가에서 원한 한 공동체의 시민 수는 5040명이지만 정확히 왜 그래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저자는 1부터 7까지 곱하면 5040이고, 7에서 10까지 곱해도 같은 수가 나와서가 아닐까 추측한다. 오늘날 은행 거래에 사용하는 ‘OTP’(일회용 암호·One Time Password)의 기원이나 거대한 소수를 활용해 숫자가 노출돼도 푸는 데 오래 걸리는 암호체계 등을 설명한 부분도 흥미롭다. 저자는 “문명의 진보와 수 개념의 발달은 비례하는 관계”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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