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질서정연한 수박밭, 그런데 하나가 비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일 03시 00분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코린로브라비탈리지음/마리옹뒤발그림·박선주옮김/32쪽·1만2000원/정글짐북스

앙통은 농부입니다. 들판 가득 수박을 정성껏 길러냈지요. 수박밭에 들인 시간과 정성은 말할 필요도 없어요.

그런데 그 많은 수박 중 하나가 사라집니다. 빈틈없이 질서정연하게 줄맞춰 심어놓은 밭 한가운데 빈틈이 생기고 말았어요. 앙통은 잃어버린 수박 한 통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밭에는 빽빽이 들어찬 수박들이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지만 사라진 수박 한 통이 있던 자리만 점점 더 크게 느껴졌지요.

일러스트레이터 마리옹 뒤발은 그림만으로도 앙통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게 표현했습니다. 수박이 사라지고 없는 빈자리에 서 있는 앙통은 마치 한 통의 수박처럼 보입니다. 자신은 사라지고 수박에 대한 생각만 남게 되었어요. 그런 정황은 앙통보다 훨씬 크게 그려진 수박 그림으로 더 분명하게 구체화됩니다. 눈동자마저 수박이 되고 흘리는 눈물은 붉은 수박 과즙 색깔이에요.

이쯤 되면 앙통이 사랑한 것이 수박인지 질서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그런 고민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동안 들판을 바라보고 꿈을 꾸는 장면들도 재미있습니다. 밤새 수박밭을 지켜본다 해도 사실 답은 찾기 힘듭니다. 모든 것은 앙통의 마음에 달린 것이었으니까요.

서로 짝을 이루는 장면들이 비슷한 구도나 배치를 보여주는 동안 앙통도 해답을 찾게 되지요. 앙통의 질서가 사라진 들판에 더 이상 빈자리는 없습니다. 이제 앙통은 사라진 수박 한 통은 잊고 사랑과 정성으로 기른 수박들을 다른 존재들과 공유하게 됩니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달고 시원한 수박 한 조각과 함께 앙통의 마음만큼 일러스트레이터의 시간과 정성이 깃든 스텐실 기법의 아름다운 그림도 즐겨보세요.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코린로브라비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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