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시야를 가진 고수들도 가끔은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가 있다. 우상에서의 힘겨루기가 점차 상변까지 확대되던 초반 무렵. 치고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참고도 흑 1(실전 흑 51)의 후진기어가 갑자기 등장했다. 지금은 귀를 지킬 시점이 아니었다. ‘가’로 어깨 짚는 수 등으로 상변 백을 양쪽으로 갈라야 했다. 그랬으면 백이 두 말을 동시에 타개하는 데 애를 먹었을 것. 백 2로 상변을 연결하자 바둑이 싱거워졌다.
곧이어 백 4 때 흑 5로 또 한 번 우상 귀에 집착한 것이 신기한 노릇이었다. 여기서도 ‘나’로 두어 백 6을 방비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흑 13이 패착 같은 수. 이 백 두 점을 잡는 건 10집이 안 되는데 지금 반상엔 이보다 큰 자리가 널려 있었다. 김기백 6단 역시 “바둑 둘 때 생각이 딴 데 가 있었던 모양”이라며 멋쩍어했다.
사실상 결승전인 중국전에서 패해 김 6단의 우승 전망은 어두워졌다. 남은 7, 8라운드를 모두 승리하고 중국 선수가 패하는 행운을 바랄 수밖에 없다.
39 45 50=33, 42 48=36, 88=83, 174 180 188=152, 177 183=171. 192수 끝 백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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