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곰의 아내’ 연출 고선웅 감독… 최근 굵직한 상 휩쓴 연극계 ‘핫 피플’
우직한 성격… 22년전 전화번호 아직 써
요즘 한국 연극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연극인을 꼽으라면 단연 연출가 고선웅(48)이다.
그는 지난해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동아연극상 대상, 연출상 등을 거머쥔 데 이어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출상, 올해의 연출가상 등 굵직한 상은 죄다 휩쓸었다. 올 4월에는 국립창극단에서 연출한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프랑스 테아트르 드 라빌 무대에 성공적으로 올렸고, 10월엔 연극 ‘조씨고아…’의 중국 공연을 앞두고 있다. 국공립 예술단체들이 잇달아 그에게 러브 콜을 보내고 있어 그의 스케줄은 2018년까지 꽉 차 있을 정도다.
그가 신작을 내놓았다. 고연옥 작가가 쓰고 자신이 각색과 연출을 맡은 ‘곰의 아내’다. 주인공 ‘곰의 아내’ 역에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화장’에서 호평을 받은 배우 김호정이 낙점됐다. 1일 남산예술센터에서 만난 고선웅은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곰의 아내는 불행한 허물은 벗고 행복한 삶을 찾아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숲에서 길을 잃은 뒤 곰의 새끼를 낳고 살아온 한 여자와 치열한 현실 경쟁에 시달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하룻밤의 실수로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려가는 이들이 행복을 찾아 나아가며 ‘인간적인 삶’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고선웅의 모든 작품에선 배우들의 특이한 대사 톤이 있다. 현실에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라기보다는 속사포처럼 대사를 쭉 쏟아낸다. 이런 대사 톤은 다소 과장된 느낌이지만 웃음과 함께 왠지 모를 슬픔을 자아낸다.
새 작품도 마찬가지다. 고선웅은 “연극은 관객이 감정에 젖어야지 배우가 감정에 빠져선 안 된다”며 “배우와 대사는 관객의 감정을 발화시키는 매개체일 뿐이다. 일부러 배우들에게 그러한 대사 톤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최근 연극계에 불고 있는 일명 ‘고선웅 프리미엄’에 대해 물었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공연 관계자는 물론이고 관객마저 기대감을 거는 신뢰감이다. “주변에서 제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잘 알아요. 하지만 저란 사람은 별로 동요가 없어요. 그냥 저는 연극을 할 뿐이죠. 스스로 확신을 갖고 계속 연극을 만들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편이에요.”
그는 스스로를 ‘고집스러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중앙대 연극 동아리 활동 시절 선배들은 ‘고선웅이 동아리에서 제일 먼저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동기 중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연극을 만들고 있다. 아직도 22년 전 개통한 011로 시작하는 휴대전화 번호를 우직하게 사용할 정도다. “많이 고집스러워요. 엉덩이도 무겁고요. 근데 이런 성격 때문에 연극 연출도 하고, 극본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하하.” ‘곰의 아내’는 17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전석 3만 원. 02-758-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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