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성당에서/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못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아내는 못 본 체 하였습니다/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고백성사’에서)
2014년 7월 5일 세상을 떠난 김종철 시인(1947∼2014·사진)의 2주기를 앞두고 ‘김종철 시 전집’(문학수첩)이 나왔다. 첫 시집 ‘서울의 유서’부터 유고시집 ‘절두산 부활의 집’까지 시인의 작품들이 1000쪽 가까운 책 한 권으로 묶였다.
등단작 ‘재봉’을 비롯한 초기 시세계에서는 탐미적 시어에 담긴 신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던 것이 중기 시편에선 가족 이야기를 비롯한 일상적인 생활에서 건져 올린 작품들로 지평이 확대된다.
‘못’이라는, 시인을 상징하는 시어이자 테마가 만들어진 것은 1990년대에 이르러서다. 그는 ‘못에 관한 명상’ ‘못의 귀향’ ‘못의 사회학’ 등의 시집들을 잇달아 펴내면서 ‘못의 시학’을 선보인다. (그는) “삶이라는 것이 ‘못’을 박고, ‘못’에 박히고, ‘못’을 빼는 일의 심층적 반복이라고 노래하는 것이다. … 시인이 못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사는 법’을 성찰하고 자신의 존재 형식을 궁구하며 나아가 가장 심원한 구원의 제의(祭儀)까지 상징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알려준다.”(유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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