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선보인 영화 ‘레전드 오브 타잔’. 극장을 찾은 관객이라면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묘한 기운을 마주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영적 체험은 예고편부터 본편으로 이어진다. 그렇다, 배우 마고 로비 얘기다.
‘레전드 오브 타잔’은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배급사. ‘수어사이드 스쿼드’(다음 달 4일 개봉)도 같은 회사니 예고편 트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 두 작품, 여주인공이 같다. 그래, 다시 말하지만 마고 로비다.
같은 배운데 역할은 극을 달린다. ‘레전드…’에선 타잔의 영원한 그녀 제인 역을 맡았다. 청순하나 야무지고, 고전적인데 산뜻하다. 반면 ‘수어사이드…’에선 배트맨 숙적인 조커의 연인 ‘돌+아이’ 할리퀸으로 분했다. 섬뜩한데 매혹적이고, 괴기하나 짜릿하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로 주목받는 그는 어떻게 이런 야누스적 매력을 뿜어낼 수 있었을까. 겨우 26세 나이에. 그녀라면 언제든 대화할 준비를 갖춘 김봉석 영화평론가와 ‘지극히 사심 가득한’ 인물 상찬(賞讚)을 벌여봤다.
▽정양환=일단 한마디. 그녀는 정말 예쁘다(feat. 여보, 사랑해). ▽김봉석=이런 여배우가 있었나 싶다. 성숙한 매력이 차고 넘치는데, 이웃집 소녀 같은 친근함도 지녔다.
▽정=옆집에? 설마. 호주에서 태어나 마침 데뷔는 2010년 자국 드라마 ‘네이버스(이웃들)’. 처음 맡은 역이 자유로운 영혼의 양성애자였단다.
▽김=빵 뜬 건 2014년 국내에 개봉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부터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첫사랑 나오미로 나왔지. 비중 없는 역할인데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았다.
▽정=올 누드 연기 탓인가. 뉴욕타임스(NYT)와 만나 “정말 싫었지만 마틴 스코세이지 영화인데 누가 몸을 사리냐”며 요즘 한국 유행어로 반문했더라. ‘뭣이 중헌디(What outweighs what?)’라고. ▽김=자신의 가치를 올릴 줄 아는 영리한 배우다. ‘레전드…’를 봐도 그렇다. 원래 타잔에서 제인은 ‘민폐녀’다. 위험할 때마다 타잔이 구해줘야 하는. 허나 마고의 제인은 달랐다. 진취적 에너지가 가득하다. 타잔보다 더 인상적이다.
▽정=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도 “밋밋한 영화에서 단 하나의 볼거리”라고 했더라. 연기력도 “(호주 출신인데) 미국 영국 발음이 자유자재”라며 칭찬했다. 우리로 치면 전라도 태생이 경상 제주 사투리까지 능청스레 하는 거지.
▽김=‘수어사이드…’도 마찬가지다. 사실 할리퀸은 DC코믹스의 메인 캐릭터가 아니다. 지적인 박사였다가 조커에게 현혹당해 미치광이로 변하는 주변인물이다. 그런데 예고편만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요즘 먹히는 ‘걸 크러시(girl crush·동성인 여성도 반하는 이미지)’를 제대로 구현해냈다.
▽정=동일 인물 맞나 싶다. 일각에선 그의 등장으로 ‘할리우드 1990년생 4대 천왕’이 완성됐다고 하더라. ‘헝거 게임’ 제니퍼 로런스와 ‘해리 포터’ 에마 왓슨, ‘트와일라잇’ 크리스틴 스튜어트. 그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김=허나 제대로 4대 천왕이 되려면 ‘수어사이드…’의 성패가 매우 중요하겠다. 3명은 영화사에 남을 초대박 시리즈를 남겼다. 할리퀸 단독 영화도 나온다던데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미 연예잡지를 훑어보니 셋은 자산이 7000만 달러(약 808억 원) 안팎이다. 시리즈 마지막 출연료는 편당 1250만∼1500만 달러. 로비는 순자산 800만 달러에, 아직 편당 100만 달러 아래라더라. 그것도 우린 후들거리지만. 곧 그녀도 그 반열로 가겠지?
▽김=다만 다소 진지한 성격이 걸린다. 지금도 사치스러운 삶은 싫다며 친구 넷이랑 런던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더라. 털털해서 더 좋긴 한데, 왠지 톱스타의 행보를 거부하는 듯. ▽정=NYT 인터뷰에서도 “스턴트맨이 꿈이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순 없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은 직접 프로덕션을 차려 ‘토냐 하딩’을 연기한단다. 1990년대 인기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다가 라이벌 폭행을 사주했던 ‘은반의 악녀’ 말이다. 참 유별난 행보다. 잘되면 오스카도 거머쥔 로런스처럼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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