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101’의 보이 버전… 감동코드 없는 ‘쇼잉’의 한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8일 03시 00분


[엠넷 ‘소년24’]

‘소년24’(엠넷)는 공연하는 보이그룹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최종 선발되는 24명에게는 CJ 전용무대에서 공연할 기회를 준다. CJ E&M 제공
‘소년24’(엠넷)는 공연하는 보이그룹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최종 선발되는 24명에게는 CJ 전용무대에서 공연할 기회를 준다. CJ E&M 제공
“보이그룹 뽑는다기에 참 기대가 컸었는데….”

솔직해지자. ‘프로듀스101’(엠넷)의 성공을 보며 입을 삐죽거렸었다. 남성들을 들끓게 한 걸그룹이 나왔으니 여성들의 욕망도 달래줘야 하는 거 아냐. 아니나 다를까. 두 달쯤 지난 지난달 18일, 같은 방송사에서 보이그룹을 뽑는 ‘소년24’가 방영을 시작했다. 누나 팬인 기자 역시 내심 기대했었다.

하지만 누나는 더이상 TV 앞에서 버틸 힘이 없었다. 소년24는 굳이 포장하면 ‘원석’이 출연한 프로그램. 그러니까 연예인을 꿈꾸는 일반인이란 얘기다. 역시 아무나 연예기획사에 들어가는 건 아니었다. ‘프로듀스101’에 나온 연습생들은 그에 비하면 다듬어진 ‘보석’이었다. 소년들의 외모는 그렇다 치자. 노래 춤 랩 전부 화제가 되지 못했다. 현재 소년24의 평균 시청률(0.6%·닐슨코리아 기준)도 최고 시청률 4.9%를 기록했던 프로듀스101과 천양지차다.

몇 명씩 ‘유닛’을 이뤄 오디션을 보는 방식도 실망스럽다.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 건 좋은데 상당히 불편하다. 생면부지 애들끼리 억지로 붙여놓곤 통째로 떨어뜨리는 게 말이 되나. 그 나름대로 열심히 잘한 참가자는 어쩌라고. 공산주의의 뼈아픈 교훈은 벌써 잊은 건가.

소년들의 퍼포먼스를 보고 있자니 ‘공연돌(무대공연 위주로 활동하는 아이돌) 발굴’이라는 프로그램 취지 또한 무색해진다. 최종 선발된 24명에겐 전용 무대에서 1년 동안이나 공연할 기회를 준다는데 지금 봐선 ‘쟤들이 과연?’이라는 선입견만 생긴다. 실제로 현재 3회까지 방영됐지만 포탈사이트 검색어 순위에도 오르질 않는다. 차라리 선정 과정은 1, 2회 정도로 압축하고 최종 선정된 이들이 무대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럼 감동이라도 줬을 텐데….

그런 의미에서 소년24의 가장 큰 실책은 국내 방송에서 잘 먹히는 ‘감동 코드’의 실종이 아닐는지. 청각장애란 난관을 딛고 출전한 ‘홍인’ 정도만 인상적인데, 이 역시도 잘 살리진 못했다. 한 누리꾼은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 속 소년들은 왜 방송엔 나오지 않느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보정을 너무 과하게 했단 의혹인데, 소년24의 ‘속 빈 강정’은 사진만이 아니었다. ★☆(★ 5개 만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엠넷#소년24#프로듀스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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