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꾸준히 ‘사회복지 특공대’ 역할 다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8일 03시 00분


취임 한달 맞은 김필수 구세군 대한본영 사령관

7일 김필수 구세군 사령관은 “‘한 손엔 빵을, 다른 한 손엔 복음을’이란 구세군의 용어가 있다”며 “배고픈 사람이 있으면 우선 배불리 먹인 뒤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구세군의 역할이고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7일 김필수 구세군 사령관은 “‘한 손엔 빵을, 다른 한 손엔 복음을’이란 구세군의 용어가 있다”며 “배고픈 사람이 있으면 우선 배불리 먹인 뒤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구세군의 역할이고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내가 (하나님에게서) 부탁받은 사람은 누구라도 실족(失足)하지 않도록 하겠다.’

구세군 대한본영 김필수 사령관(61)은 지금도 이런 마음을 늘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그는 말 그대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초등학교는 나왔지만 중학교를 가지 못해 선교사가 만든 고등공립학교에 다니면서 처음으로 하나님을 알게 됐다. 서울 영등포시장에서 행상을 하며 5남매를 키우던 어머니. 행상을 단속하던 구청 직원이 어머니가 팔던 군밤을 발로 차 땅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을 보며 ‘억울함이 한이 되는’ 순간이 있었다. 세상에 대한 원망,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망. 하지만 그는 전수학교(비인가 고교) 시절 하나님을 진실로 마음속에 영접하며 ‘원망 대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돕겠다’는 마음을 굳게 가졌다.

7일 서울 중구 덕수궁길 구세군중앙회관에서 만난 그는 청소년기 어려웠던 시절과 영적 체험을 얘기하며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지난달 5일 제25대 사령관으로 취임했다. 이 땅에 들어온 지 108년이 된 구세군은 신자 10만여 명의 개신교 교단. 군(Army)이라는 이름과 군대 조직 같은 용어 때문에 기독교 교단이 아니라거나, 연말 구세군 자선냄비 때문에 사회봉사단체라고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한국에선 군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아 구세군도 비슷하게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만 이름만 ‘군’일 뿐 다른 교단과 똑같은 성경을 통해 예배, 전도, 새벽기도 등을 하는 개신교 교단입니다.”

교세는 약하지만 사회봉사활동은 큰 교회들 못지않다. 구세군은 151년 전 설립될 때부터 헌신 조직력 기동성 등 군대적인 특성을 활용해 세상을 구한다는 뜻을 갖고 있었다.

“지금 한국 교회의 문제는 교회에 쌓인 풍성한 은혜와 영성, 사회적 자원을 교회 안에서만 쓰려고 한다는 거죠. 사회와 같이 울지 못하고 혼자만 잔치를 벌인 셈입니다. 세상 밖으로 그것들을 흘려보내야 합니다. 그렇게 세상에서 녹는 소금이 돼야죠.”

구세군은 지난주 몽골 키르기스스탄 등의 심장병 어린이 21명을 데려다 치료를 해줬다. 지난해 말 고속도로 요금소에 걸었던 자선냄비에 모금된 돈을 따로 떼어내 썼다. 이렇게 치료한 심장병 어린이가 20년간 800명이 넘는다.

“저희 보고 사회봉사단체로 오해하는 게 싫지 않으냐고 하는데 오늘의 개신교가 그런 인식이라도 받으면 괜찮다고 봅니다. 요즘 다른 교회들도 점점 사회 구제에 눈뜨고 있는 게 다행입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꾸준히 작지만 성실하게 ‘사회복지 특공대’ 역할을 할 것입니다.”

김 사령관은 지금까지 사회복지활동을 이어나가는 한편 좀 더 특화된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그중에서 알코올과 약물 의존증 환자나 노숙인을 위한 ‘성인사회복귀센터(Adult Rehabilitation Center·ARC)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도박에 빠졌던 아버지 때문에 중독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 구세군 ARC에서 활동했던 전문가(한국계 미국인)가 최근 와서 국내 ARC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중독에 빠진 사람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자리를 주고 정상적 사회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데 역점을 두겠습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김필수#구세군 대한본영 사령관#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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