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의 신종인류… 넷카마를 조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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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섞인 말투-외설적 행태로 유혹… 게임머니-별풍선 등 갈취 사기행각
일부 탈선 행동에 선의 피해 속출… 전문가 “비뚤어진 관음증적 욕망”

《 “내공(등급점수) 100 겁니다. ‘넷카마’ 구별법 좀 알려주세요.” (N 포털사이트에서) 넷카마? 얼핏 무슨 말인지 짐작도 안 가는 이 용어가 최근 사이버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넷카마란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여성인 척 활동하는 남성’을 일컫는 은어. 인터넷의 넷과 여장을 즐기는 남성을 일컫는 일본어 오카마(おかま)를 합쳐 만들었다. 초기엔 소수 취향의 독특한 문화로 가벼이 여겨졌으나, 최근엔 이를 악용해 금품을 갈취하는 범죄행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

실제로 한 포털사이트에는 ‘넷카마 주의보’ ‘넷카마 대처법’ 등 관련 글이 현재 1600건이 넘게 올라와 있다. “애교 가득한 말투에 속아 게임머니(현금화가 가능한 가상화폐)를 숱하게 잃었다” “금전이나 노출 등 지나친 요구를 하면 일단 의심해 보라”며 피해를 호소한 누리꾼이 많다.

얼마 전 인터넷방송계에서 시끌시끌했던 ‘H의 넷카마 방송’은 이런 문화의 심각성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여성스러운 목소리를 지닌 한 인기 남성 BJ(인터넷방송 개인운영자)가 주로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20대 젊은 여성인 척하며 사기를 치는 내용이다. 온갖 외설스러운 행태를 요구하는가 하면, 별풍선(유료 아이템) 등 상당한 금전적 이득도 취했다.

게다가 이런 방송을 ‘딸 있는 멍청한 유부남 꼬드기기’ ‘XX 유부남 가정 파탄내기’ 등 자극적 제목을 달아 또 다른 방송에 내보내기까지 했다. 당시 대화 창에는 청소년, 심지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누리꾼들도 들어와 감상 평을 쏟아냈다. ‘H의…’는 선정적이란 이유로 방송정지를 당했지만, 영상은 여전히 유튜브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꼭 금품 갈취가 아니라도 넷카마는 현행법을 어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 노출녀’로 유명해진 A 씨(26)는 실제로는 한 부대에서 근무하던 남성 직업군인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줬다. 20대 여성이라며 아름다운 여성 사진을 걸어놓아 숱한 남성의 관심을 모으며 한때 팔로어가 1만6000여 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점점 수위가 세지더니 적나라한 사진을 마구 올리다 결국 음란물 유포,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갈수록 커지는 누리꾼들의 관심에 도취해 나중엔 멈출 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일부 넷카마의 삐뚤어진 행태는 자기만족 차원에서 넷카마로 활동하던 이들에게도 역피해를 주고 있다. 한모 씨(22)는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남성 중심적인 세태가 싫어서 넷카마가 된 경우. 그는 성소수자도 아니고 외설적인 취미도 없다. 하지만 한 씨는 “남성 누리꾼들의 욕설과 음담패설, 편향적인 시각이 싫어서 넷카마로 변신했다”며 “하지만 최근 넷카마 논란이 커지며 일방적으로 범죄 집단으로 매도되는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인 넷카마의 출현을 원초적인 애정결핍과 사이버 시대가 빚어낸 관음증적 욕망이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칭찬에 인색한 경쟁사회다 보니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에서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고 타인을 속이는 기만행위로 확장된다는 데 있다. 연세대 의대의 남궁기 교수는 “자신의 정체는 감춘 채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일종의 관음증적 경향”이라면서 “타인을 속이며 얻는 쾌감을 제어하지 못하다 범죄로 빠져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양환 ray@donga.com·이지훈 기자
#넷카마#오카마#넷카마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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