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카마’ 30대 男 전화 인터뷰… 동성애자 아닌 평범한 회사원
자기만족-다양성의 한 부분 강조
“가상현실에서라도 내 취향을 인정받고 싶었어요.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요?”
예상했던 대로 넷카마는 접촉이 쉽지 않았다. 한참 수소문 끝에 현재 넷카마로 활동하는 30대 A 씨를 알게 됐지만 직접 통화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이슬’(가명)이란 여성으로 인지도가 꽤 높은 인물. A 씨는 인터뷰 내내 신분이 노출될까 경계심이 가득했다. 아직 국내 정서상 여성 행세를 하는 남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카마를 비정상이나 범죄로 치부하는 시각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현실에선 어떤 사람인가.
“한 IT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다. 동성애자도 트랜스젠더도 아니다. 다소 선이 가늘게 생겼다는 말을 듣지만, 군대도 다녀왔다.” ―언제부터 넷카마로 활동했나.
“여성처럼 꾸미고 싶다는 욕구는 어릴 때부터 있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 커졌다. 하지만 이를 분출할 길은 없었다. 본격적으로 인터넷에서 여성 행세를 한 건 대학교 입학 이후다.”
―왜 여성으로 행세하나.
“그냥 타고난 성향이고 개인적 취미활동이다. 솔직히 주위 사람들이 이런 걸 받아들여 주겠는가. 철저하게 이성애자지만 이런 속내를 이해하는 여자친구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을 익명의 공간에선 마음껏 풀 수 있었다. 나쁜 짓은 한 적도, 할 생각도 없다. 그냥 자기만족이다.” ―실제로 현실에서 여성인 척해 본 적은 없나.
“딱 한 번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남성과 ‘번개(즉석 만남)’를 가졌다. 그냥 내가 현실에서도 여성으로 보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상대가 알아채면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헤어질 때까지 몰라보더라. 심지어 애프터 신청도 받았다. 다시 연락하진 않았지만….”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봐주길 바라나.
“딱히 관심은 바라지 않는다. 그냥 편하게 생각하면 좋겠다. 해외에선 ‘크로스 드레서(cross-dresser)’라고 해서 취미로 이성의 옷을 입은 채 활동하는 걸 다양한 문화의 한 부류쯤으로 여긴다. 누구나 같은 취향, 같은 시각을 갖고 세상을 사는 건 아니지 않나.”
A 씨는 휴대전화를 2대 갖고 다닌다. 두 전화기의 명의는 서로 달랐다. 하나는 남성 직장인, 또 하나는 여성 이슬로 사용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