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대입을 바라보며 열심히 달려온 아이들. 막상 결승점인 수능을 앞두고 국어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치동 상위권 학생들이 믿고 듣는 강의로 유명한 스타 강사, 김봉소 이감국어교육연구소 고문으로부터 수능 고득점 전략과 우리 아이 국어 우등생으로 키우는 비결을 들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에서 직접 주관하는 6월 모의고사는 그해 수능의 출제 경향과 난이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그런데 6월 모의고사를 치른 후 국어 때문에 고민에 빠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많다. 예술과 과학, 문학과 비문학, 고전과 문법 등 제재와 영역 간 경계를 넘나드는 낯선 지문이 많이 등장한 탓이다. 수험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수만휘’ 등에는 확 달라진 지문 유형 때문에 멘붕에 빠졌다거나, 시간 배분에 실패해 시험을 망쳤다는 푸념부터 앞으로 국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김봉소(51) 이감국어교육연구소 고문은 이번 모의고사에서 국어의 출제 방향 변화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한다. 2017학년도 수능은 ‘2011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치러지는 첫 시험인데, 국어에서는 수준별 A/B형으로 나뉘었던 시험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 핵심이다.
“2011년 교육과정에서 가장 강조됐던 것이 통합이고, 교육과정 개편을 고시할 당시 평가의 방향도 이미 예시가 됐었습니다. 그에 따라 이번 시험에선 문과와 이과 간 수준별 시험이 사라진 것은 물론, 화법/작문 · 문법 · 독서 · 문학 · 고전 등 국어 영역 간의 통합이 이루어졌고, 국어 외에 다른 과목과의 연계성을 지닌 지문도 출제됐죠. 예를 들어 음악과 과학적 원리를 결합시키거나, 중세 문법과 비문학을 엮거나, 고전 시가와 인문 지문을 엮는 식이죠. 게다가 여러 제재를 한 지문에 통합해 다룬 탓에 지문의 길이가 길어진 경향이 있습니다. 기존 모의고사가 1200자 내외의 지문을 6분 정도에 소화하도록 구성됐다면, 이번 시험은 2000~2400자 정도의 지문을 15분 정도의 호흡을 갖고 처리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습니다.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이라 당황한 학생들이 많았고, 지금까지 공부해 온 것이 과연 맞는지 자기 확신이 무너진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이러한 출제 경향이 수능까지 계속될 것인지 여부다. 평가원은 6월과 9월 모의고사를 직접 출제해 수험생들의 성적을 분석, 실제 수능의 난이도를 조절한다. 입시 업체들은 이번 모의모사 국어 1등급 컷을 89~90점 정도로 전망했다. 지난해 수능(국어A 96점, 국어B 93점) 보다 상당히 낮은 점수다.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수능이 이번 모의고사만큼 어렵게 출제되진 않더라도 큰 틀에서 통합이라는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콘텐츠 우수성과 적중률로 신뢰 얻어 변화하는 수능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해선 긴 텍스트를 읽어내는 집중력과 다양한 유형의 융합형 지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문제는 바뀐 시험 유형에 적합한 국어 학습 콘텐츠가 아직 많지 않다는 점이다. 수능 국어 지문은 곳곳에 개념을 심어놓고 학생들의 정보 처리 능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생산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형식의 콘텐츠다. 그렇기 때문에 수능 출제 시에는 국어뿐 아니라 인문 · 사회 · 과학기술 · 예술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합류해 지문을 만들어낸다. 그동안 교육열 높기로 유명한 대치동에서 강의하며 수능 만점자를 숱하게 배출한 김봉소 고문은 그 저력을 바탕으로 국어 학습 콘텐츠 개발에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공을 들여왔고, 덕분에 그가 만든 교재는 그 우수성과 적중률 측면에서 학생들의 압도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여기에는 인문, 과학 등 각 분야 최고 수준의 전문가 네트워크와 입시 흐름을 꿰뚫는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자료나 트렌드를 학습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이감국어교육연구소의 전문 인력들도 큰 몫을 한다. 이번 모의고사 유형 변화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이감국어교육연구소에 거는 기대가 더욱 높아졌고 김봉소 고문은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제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적중률도 높아진 것이지, 처음부터 그걸 목표로 삼았던 건 아닙니다. 평가원에서 제출하는 수능 문제를 보면 학생들이 향후 독서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고심한 흔적과 배려가 곳곳에 묻어 있습니다. 저희 역시 교재를 만들고 문제를 제출하는데 그런 지점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2018학년도 수능부터는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 뀜에 따라 국어가 대입의 성패를 가를 더욱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하지만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기 쉽지 않은 과목 중 하나가 국어다. 김봉소 고문은 국어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 이유를 2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소양 혹은 상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배경 지식이 많을수록 텍스트에서 의미가 풍부하게 생성되는데 그게 부족한 경우죠. 또 하나는 수능 시험이라는 독특한 형식의 정보 처리 방식에 익숙지 않은 경우입니다. 시험은 평가를 목적으로 치르는 것이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 안에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지문을 빠른 속도로 읽으면서 핵심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문제를 읽은 후 다시 지문을 본다는 전제 하에 효율적인 검색이 가능하도록 각각의 정보 위치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죠.”
김봉소 고문은 단시간에 수능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시험이 끝난 후 지문을 다시 꼼꼼하게 읽어볼 것을 조언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독서를 통해 지적 소양을 쌓는 한편 심도 있는 독서도 병행할 것을 권했다.
“수능 국어 종사자들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학생들이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채널이 수능이기 때문에 이를 대비한 모의고사 지문 하나에도 지금까지 인류가 이뤄온 지적 성과들을 녹여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시험에 출제된 각 분야의 지문을 읽고 자기화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교양이 쌓이게 됩니다. 실제로 학생들이 1년 정도 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면 지적으로 성숙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인문, 사회, 과학 등 어떤 분야의 이야기가 나와도 대화에 동참할 수 있을 정도로 근사한 지성인이 되는 거죠. 성적이 오르는 것도 좋지만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것 또한 즐겁고 보람 있습니다.”
글 · 김명희 기자 | 사진 · 홍중식 기자 | 디자인 · 박경옥 | 장소협조 · PASSI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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