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 원래도 두려웠지만 요샌 정말 겁난다. 거짓이면, 그놈의 양치기 두들겨 패련다. 한 지인은 테러 공포에 해외휴가도 취소했다던가.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일컫는 외로운 늑대(lone wolf). 그래, 잃을 거 없는 외톨이라니 더 찔끔할 수밖에.
헌데 외로운 늑대, 실은 피해자 입장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가해자들이 지들 멋있는 척 ‘×폼’ 잡으며 지었다. 1990년대 미국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혼자나 몇몇이 활동하는 폭력세력을 비호하며 처음 썼단다. 이런, 금수만도 못한 것들이.
진짜다. 늑대로선 무지 억울하다. 얘들은 마구잡이 폭력을 가하는 짐승이 아니란다. 국내 유일의 늑대 사파리가 있는 ‘대전오월드’ 동물관리팀장인 이일범 박사 얘길 들어보자.
“늑대만큼 오해받는 동물도 없을 겁니다. 웬만하면 민가 쪽은 오지도 않아요. 러시아 샤라토프 늑대연구소에 따르면 굶주린 겨울에도 병들거나 노쇠한 가축만 건드립니다. 농민들은 ‘늑대가 (건강하게) 솎아준다’고 오히려 좋아해요. 현지에선 이로운 동물로 여길 정돕니다.”
어라, 이건 또 과한데. 테러범급은 아닐지언정 솔직히 이미지는 별로잖아. 옆자리 여성 동료도 “늑대? 징그러워”라며 인상을 구겼다. 쳇, ‘늑대의 유혹’ 강동원이나 ‘늑대소년’ 송중기라도 그렇더냐. 하여튼 높은 점수 주긴 힘들다.
늑대의 구린 이미지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우리도 ‘빨간 모자’ 같은 서양동화에 세뇌당했나. 야심 차게 동물민속학자인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늑대는 민속학적으로 한반도에서 어떤 위상을 갖고 있나요?”
“전 십이지(十二支) 전공이라 잘 모릅니다만.”
허걱. 그래도 관장님은 좋은 분. ‘한국문화 상징사전’이란 걸 소개해줬다. 여기에 보면 늑대는 다양한 면모를 지녔다. 확실히 늑대는 위험한 맹수다. 예로부터 험한 산세를 자주 ‘늑대고개’라 부른 건 이 때문일 터. 반면 유교에선 부자유친(父子有親)의 표상이기도 했다. ‘늑대는 3대가 가까이 지내며, 힘없는 할아비를 극진히 돌본다. 늑대는 가족 사랑이 크다.’
하나 더. ‘늑대=호색한’ 이미지는 어디서 왔을까. 요건 일제강점기에 굳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엔 욕정에 사로잡힌 파계승을 늑대라 불렀던 풍습이 전해진다. 말은 부드러우나 속내는 흉악한, 겉과 속이 다른 이를 ‘법의(法衣) 걸친 늑대’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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