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애들러 미국 오스틴 시장은 “올해 SXSW에 참가한 한국 밴드와 스타트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세계 라이브 음악의 수도(首都).’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시의 별칭이다. 인구 90만 명의 이 도시는 음악 산업으로 매년 18억 달러(약 2조826억 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한다. 연간 수백 종의 음악 축제가 열리는 미국에서 ‘꼭 가봐야 할 페스티벌 20선’(USA투데이 선정) 중 3개가 오스틴에 있다. 세계 최대 대중음악 박람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도 그중 하나. 시민 참여와 인디 정신이 이곳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다.
5일 처음 방한한 스티브 애들러 오스틴 시장(60)을 8일 서울 강남구 KB아트홀에서 만났다. 워싱턴 출신으로 오스틴에서 30년 이상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그는 힐러리 클린턴의 측근이자 유력한 민주당 차기 부통령 후보 중 한 명이다. 지난해 1월 세계적 문화도시의 수장이 된 그는 “최근 시의회에서 제가 발의한 ‘오스틴 음악과 창의 산업 생태계에 관한 일괄 결의안’이 통과됐다”면서 “음악과 창의 산업 인프라 확충을 제도화한 초유의 사례”라고 했다.
결의안의 내용은 예술가들의 안정적 생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시내 호텔의 세금에서 일정액을 떼어 예술가와 관련 단체에 지원하는 것과 클럽이 있는 지역에 나중에 들어온 주거 건물은 클럽 소음에 항의할 권리가 없다는 것 등 파격적이다.
오스틴은 현재 미국 내 1인당 음악공연장 수 1위 도시다. “시내에 음악공연장이 250곳 넘게 있습니다. 최근 임대료 상승으로 역사적인 공연장들이 폐업 위기에 몰린 것은 새로운 문제죠.”
오스틴은 스마트 기술을 예술과 창의적으로 결합하는 데 미래를 걸었다. 1990년대부터 오스틴은 ‘실리콘 밸리’를 빗대 ‘실리콘 힐스’로 불렸다. 트위터는 2007년 SXSW를 계기로 화제가 돼 세계로 번졌다. 애들러 시장은 “혁신적 기술 사업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내슈빌, 로스앤젤레스, 뉴올리언스와는 다른 우리만의 예술-창의 도시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애들러 시장의 임기 중 첫 해외 순방지다. 그는 5일 경기 광명시에 들러 KTX 시스템을 답사했고 기자를 만나러 오는 길에 서울 지하철을 탔다. 그는 “매우 빠르고 쾌적하더라”라면서 “한국에서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을, 아일랜드와 덴마크에서 자전거 문화를 배워 ‘스마트 시티’와 환경 도시를 조화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갈등 얘기를 들려주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SXSW 필름 페스티벌에는 전 세계에서 논란의 영화들이 몰려들죠. 지방자치단체는 어떤 이유로도 콘텐츠에 개입해선 안 됩니다. 오스틴의 성공 핵심은 다양성을 지지하는 도시 분위기입니다.”
시의 표어가 ‘오스틴을 이상한 대로 두라(Keep Austin Weird)’다. “‘이상함’이란 다른 게 아닙니다. 다양한 사람이 자기 개성과 가치를 지켜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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