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가장 아끼는 물건이 ‘윤회금지 작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4일 15시 36분


‘스님의 물건’은 무엇인가요?
불교 인터뷰 전문 작가 유철주 네 번째 책 ‘스님의 물건’
스님 14명, 재가 수행자 2명의 ‘물건’ 그려내

유철주 씨는 불교와 세상에 할 말이 많다. 그래서 10년 동안 책 7권을 쓰기로 결심했다. 이제 그 반환점을 돌았다. 그가 불교와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물어도 그는 쉽게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책을 보라고 한다. 그는 올곧게 수행을 하는 스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전한다. 그가 만났던 수행자들은 각기 다른 말을 하고 있지만 지금의 한국불교에 회광반조(回光返照)나 다름없다.

‘무소유(無所有)’를 말하는 불가(佛家)에서 ‘스님의 물건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은 어색하다. 뭔가를 가졌다고 드러내놓고 얘기하는 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지 않는가. 그래도 유철주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당돌하게 이 질문을 던지고 또 던졌다. 그의 우문(愚問)에 스님들은 현답(賢答)으로 가르침을 내렸다.

불교 인터뷰 전문 작가이자 선(禪) 전문잡지 ‘고경’ 편집장인 유철주씨가 ‘스님의 물건’이라는 책을 내놨다. 그의 네 번째 책이다. 전국의 스님 14명과 재가 수행자 2명을 인터뷰한 책이다. 핵심 내용은 “물건을 통해 수행자의 삶을 알아보는 것”이다.
저자가 설명하는 ‘스님의 물건’ 발간 배경은 이렇다.
“벌써 몇 년 전이다. 이 책에도 인터뷰가 실린 혜담 스님을 뵈러 광주 각화사에 갔었다. 말씀을 듣던 중 스님은 필자에게 보여 줄 것이 있다고 했다. 잠시 후 스님은 단정하게 표한 액자를 가지고 나왔다. 액자 속 물건은 바로 보리수 잎. 스승 광덕 스님에게서 받은 것이라고 했다. 보리수 잎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스님은 스승에게 받은 물건을 수행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곧 제자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했다. 깔끔하게 생긴 액자보다 진정성이 듬뿍 묻어나는 스님의 말씀이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스님의 말씀을 들으며 구상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 ‘스님의 물건’이다.”

어떻게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작은 인연을 책 기획으로 연결시킨 셈이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양하다. 조계종 원로의원 월서 스님, 인도 출신의 혜달 스님, 원로 비구니 백졸 스님, 불교인재원 이사장 엄상호 씨 등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인터뷰를 일체 하지 않고 오직 수행에만 정진하는 조계종립 특별선원 수좌 적명 스님과의 만남도 흥미진진하다. 적명 스님과 공식 인터뷰를 한 사람은 저자가 유일하다. 책에 소개된 수행자들의 물건은 형형색색이다. ‘붓’, ‘보리수 잎’, ‘윤회금지 작품’, ‘여권’, ‘고무신’, ‘빨간색 스티커’, ‘외국인 제자들’, ‘박사학위논문’, ‘아미타불’, ‘불단(佛壇)’, ‘화엄경’ 등등.

백졸 스님은 평생의 스승 성철 스님이 일러준 ‘필독 경전’들을 하나로 묶어 80이 넘은 지금까지도 읽고 또 읽는다. 저자가 전하는 백졸 스님의 말이다. “성철 큰스님을 친견하면 꼭 여쭈었어요. 깨치면 어떠냐고요. 그러면 큰스님께서는 ‘눈 감고 자도 환하다’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보라고 한 책이 ‘신심명’과 ‘증도가’입니다. 두 책은 깨달음을 간결하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큰스님께서 보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 ‘십현시’, ‘순치황체 출가시’, ‘법성게’, ‘납자십게’, ‘나옹스님토굴가’, ‘수도팔계’, ‘공부인의 5계’, ‘예불대참회문’, ‘대불정능엄신주’, ‘발원문’, ‘전경’ 등을 추가해 책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책은 나름대로 만들었지만 아직도 환한 세상을 못 봐 성철 큰스님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하.”

그간 100여명이 넘는 수행자들을 인터뷰한 유철주 씨는 “‘스님의 물건’에는 그 스님의 정신과 원력(願力)이 깃들어 있었다. ‘물건’을 통해 수행자들의 삶을 알 수 있었다. 형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 자세를 강조한 물건들도 신선했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수행’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수행처가 아닌 곳이 없고, 세상의 모든 존재가 선지식(善知識)임에도 사람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시대를 대표하는 수행자 열여섯 분의 ‘물건’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더 열심히 수행하고 정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책을 낸 속내를 살짝 비쳤다.

“열심히 수행정진 하는 수행자들을 통해 불교가 더 맑아졌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좋지 못한 일로 논란의 중심에 서는 불교가 아닌, 우리 사회를 맑고 건강하게 만드는 불교가 되기를 항상 진심으로 바란다.”

저자는 이를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은 수행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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