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태어나니 지금까지 강조했던 인문학 교육법대로 키울 수 있을지 걱정되더라고요. 두려워하니까 안심은 돼요. 지키기 위해 그만큼 애쓸 거니까요.”
‘인문학 전도사’로 불리는 이지성 작가(42)는 지난해 11월 태어난 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입꼬리가 한없이 올라갔다. 최근 ‘내 아이를 위한 인문학 교육법’(차이정원)을 낸 그를 경기 파주시 자택 인근의 작은 북카페에서 12일 만났다.
그는 딸을 자연 가까이에서 키우고 싶어 마당이 있는 집을 지어 5월 이사했다. 딸 이름을 물으니 정중하게 거절했다. 아이가 원할 때까지는 언론에 절대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아내이자 ‘당구 여신’으로 불리는 차유람 씨(29)와의 약속이란다.
○ “행동으로 보여 주겠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리딩으로 리드하라’, ‘꿈꾸는 다락방’ 등을 펴내며 스타 작가가 된 그는 구체적인 인문학 교육법을 알리고 싶어 ‘내 아이를…’을 출간했다. 일요일에 가족이 서점 나들이를 하고 어릴 때부터 봉사하는 케네디 가문의 교육법을 비롯해 통독과 정독 뒤 필사하기 등 고전 읽는 방법을 안내한다.
“인문학 교육법을 아우르는 총론에 해당해요. 앞으로는 ‘내 아이를 위한 논어 교육법’처럼 각론에 해당하는 책을 하나씩 낼 거예요.”
그는 인문학 교육을 위해 2014년 차이에듀케이션을 설립했고, 한국기아대책과 함께 캄보디아, 인도, 라오스 등의 빈민가에 학교를 짓고 있다. 인세와 강연료도 적지 않지만 교육과 기부에 만만치 않은 금액이 들어간다.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 힘든 일이다.
“고전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면 행동해야 해요. 실천이 빠진 인문학은 인문학이 아니니까요. 인문학을 강조한다면 시간 털고, 재산 털어 교육에 나서야 해요.”
15년 가깝게 무명작가로 설움을 겪었고, 아버지의 빚 때문에 교사 월급을 차압당하며 옥탑방을 전전하는 등 가난을 맛본 그의 말이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 “일상 행복 맛보며 세상 적응 중”
하루 일과가 궁금했다. 몇 시에 일어나는지 물어보자 “일어나고 싶을 때요…”라며 목소리가 작아졌다. 열변을 토하던 스타 강사는 사라지고 머리를 긁적이는 중년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글 쓸 때는 이틀, 사흘간 한숨도 안 자요. 밥은 라면, 어묵, 과자로 때우고요. 아내가 ‘그렇게 살다간 빨리 죽는다’며 기겁했어요. 해외 오지에서 봉사하고 폭삭 늙어서 돌아오니 울더라고요. 나이 차(13년)도 많이 나는데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오전 2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기로 약속했단다.
“필라테스와 수영도 함께 하기로 했어요. 내일 등록할 거예요. ‘남편 생존 프로젝트’랄까요. 딸이 결혼하는 건 봐야죠. 하하.”
올해 3월 태국 푸껫으로 뒤늦은 신혼여행(2014년 결혼)을 다녀왔고, 4월에는 프랑스 이탈리아도 여행했다.
“아내가 해외여행이 처음이래요. 여권에 도장이 가득 찍혀 있지만 모두 경기 등 일하러 간 거라 뭘 구경한 적이 없대요.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몰라요. 우린 둘 다 외계인처럼 살아서 일상의 행복을 잘 몰라요. 함께 작은 즐거움을 맛보면서 ‘보통의 삶’을 하나하나 배워 가는 중이랍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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