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서울공연은 무덤까지 가져갈 추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9일 03시 00분


록밴드 ‘트래비스’ 리더 프랜 힐리 영상통화

신작을 내고 24일 경기 이천의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밴드 트래비스. 왼쪽부터 앤디 던롭(기타, 밴조), 더기 페인(베이스기타), 프랜 힐리(보컬, 기타), 닐 프림로즈(드럼). 아래 사진은 8일 기자와 영상통화를 하는 힐리의 모습.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스마트폰 화면 캡처
신작을 내고 24일 경기 이천의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밴드 트래비스. 왼쪽부터 앤디 던롭(기타, 밴조), 더기 페인(베이스기타), 프랜 힐리(보컬, 기타), 닐 프림로즈(드럼). 아래 사진은 8일 기자와 영상통화를 하는 힐리의 모습.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스마트폰 화면 캡처
엘턴 존이 훌륭한 작곡가라 칭송하는 이가 있다. 폴 매카트니도 거기에 동의했고 그의 솔로 앨범에 베이스 연주까지 보탰다.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은 “난 그 사람의 모자란 버전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 사람, 프랜 힐리(43)다. 영국 스코틀랜드 록 밴드 트래비스(1990년 결성)의 보컬, 작사·작곡자, 리더. 8일 오후 그와 영상통화로 만났다. 3년 만의 신작(‘Everything at Once’) 발표, 경기 이천 지산밸리록페스티벌(22∼24일) 참가 얘기를 하려고.

독일의 자택 침실에서 전화한 힐리는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카메라를 돌려 침실 창밖을, 작은 구름이 두 조각 뜬 베를린의 파란 하늘을 보여줬다. “오늘 날씨 참 좋네요. 그렇죠?” 트래비스 곡들의 시작하는 음정쯤 되는 낮은 미성.

그에게 날씨 얘기는 안부 인사 이상이다. 1999년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서 그들이 노래 하나로 비를 부른 건 전설적 일화다.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왜 나한텐 늘 비가 내리지)’의 첫 줄이 연주되자마자 불볕이 걷히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 일.

트래비스는 그로부터 10년 뒤 또 한 번의 마법 같은 순간을 한국에서 맞았다. “2009년 서울 공연에서 관객들이 무대 위로 일제히 종이비행기를 날린 것 말이죠?” 당시 ‘Closer’의 후렴구가 터질 때 무대로 날아든 비행기 중 2, 3개를 그는 아직 “우리 집 아래층 보물 상자에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난생처음 본 아름다운 그 순간은 무덤까지 가져갈 기억이죠. 절대 못 잊어요.”

힐리는 “전날 밤 열 살 난 아들 클레이와 유로 2016 ‘독일-프랑스’전을 본 탓에 이제 막 일어났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독일인과 결혼해 8년 전 베를린으로 이주한 그는 트래비스 신작을 데이비드 보위(1947∼2016)가 명반들을 만든 베를린 한자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갈 때마다 1970년대로 통하는 문을 여는 듯 신비로웠지요.”

‘Sing’ ‘Writing to Reach You’ ‘Turn’, 신작의 ‘Radio Song’까지…. 아름다운 멜로디를 끝없이 뽑아내는 비결이 궁금하다. “멜로디란 칼새의 비행처럼 자유롭고 예측할 수 없어야 합니다. 주기율표에서 새 원소를 발견하듯 번쩍 하는 순간은 가끔 오죠.” 힐리는 “프랑스의 시골집에서 뭔가 떠올라 갈색 봉투 앞뒷면에 빼곡히 적은 게 ‘Flowers in the Window’의 초안이 됐고, ‘Sing’은 소리를 죽인 채 TV를 보다 불현듯 떠올랐다”고 했다. “반드시 존재해야 할 노래들은 숨어 있다 나옵니다. 저의 일은 잠자코 기다리다 잽싸게 낚아채는 것뿐이죠.” 그는 “그러려면 최대한 조용하고 사적인 곳이 필요한데 지금 이 방이야말로 역대 내 침실 중 최고”라며 웃었다.

힐리는 “‘Why Does It…’이 비를 부르는 노래라면 신작에 실린 ‘Magnificent Time’은 해를 부르는 노래”라고 했다. “작년 4월에 작곡했는데 그 뒤로 날씨가 쭉 좋았거든요.”

트래비스가 오는 24일의 이천 날씨를 “맑음!”이라 예보해버린 힐리는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이 꼭 알아둘 게 있다”고 했다. “당신들은 우리 마음을 완전히 열어버리는 재주가 있어요. 달력에 적힌 한국이란 글자를 볼 때마다 얼마나 설레는지.”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엘턴 존#콜드플레이#크리스 마틴#프랜 힐리#트래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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