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시, 음악이 좋아서… 사랑방이 된 별별 책방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0일 03시 00분


우리 동네에 이런 서점이?

고양이책방 ‘슈뢰딩거’(맨위쪽)를 연 김미정 씨는 작가들에게 “고양이 책, 엽서 등을 마음껏 만드세요”라고 말하는 날을 꿈꾼다. 음악책방 ‘라이너 노트’(가운데)는 주인이 직접 추천 글을 적은 띠지를 둘러 책을 권하고, 문학책방 ‘검은책방 흰책방’은 광주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눌 문화 프로그램을 연구 중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라이너 노트·검은책방 흰 책방 제공
고양이책방 ‘슈뢰딩거’(맨위쪽)를 연 김미정 씨는 작가들에게 “고양이 책, 엽서 등을 마음껏 만드세요”라고 말하는 날을 꿈꾼다. 음악책방 ‘라이너 노트’(가운데)는 주인이 직접 추천 글을 적은 띠지를 둘러 책을 권하고, 문학책방 ‘검은책방 흰책방’은 광주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눌 문화 프로그램을 연구 중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라이너 노트·검은책방 흰 책방 제공
‘고양이 구슬’이라는 제목의 일본 사진집을 펼치자 온통 ‘땅콩’(수컷 고양이 고환을 가리키는 은어)들이 가득했다. 갈색, 검은색, 흰색 등 다양한 색깔의 털로 뒤덮인 하트 모양의 ‘땅콩’이 여러 각도에서 찍혀 있었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길에 6월 문을 연 고양이책방 ‘슈뢰딩거’에서 인기 있는 책이다. 17일 찾은 18m²(약 5.5평) 규모의 이 책방은 엽서, 스티커, 열쇠고리, 펜, 메모지 등 고양이와 관련된 것들로 가득했다.

음악책방, 문학책방 등이 최근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그림책방, 여행책방, 술 파는 책방 등이 몇 년 사이 서울 마포구 홍익대 입구를 중심으로 생긴 데 이어, 보다 세분화된 주제의 책을 다루는 작은 서점들이 눈길을 끈다.

○ ‘고양이 덕후’의 사랑방


슈뢰딩거를 연 김미정 씨(31·여)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 출판계에서 일한 적도 없지만 그저 고양이와 책이 좋아서 저지른 일이란다. 회사원인 남편의 응원도 컸다.

“몰라서 용감한 거예요. 고양이는 도도한 줄만 알았는데 애교도 많고 ‘허당’ 짓도 잘해요. 반전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어요.”

슈뢰딩거는 밀폐된 상자 속에 독극물과 함께 있는 고양이의 생존 여부를 이용해 양자역학의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을 제시한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다.

고양이 발바닥만 찍은 사진집, 혀를 내민 고양이만 담은 사진집을 비롯해 무라카미 하루키가 고양이에 대한 추억을 쓴 그림책 ‘후와 후와’도 반응이 좋다. 책장을 빨리 넘기면 고양이가 마중 나오는 모습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플립 북(flip book)과 계란을 고양이 얼굴 모양으로 프라이할 수 있는 에그몰드도 있다. 고객은 남성이 30%나 된다.

“고양이 얘기를 원 없이 나눌 수 있어 참 재미있어요. 완전 ‘덕업일치’(좋아하는 일과 직업이 같음)죠.”(웃음)

지난달엔 할머니와 길고양이의 동거 생활을 담은 에세이 ‘무심한 듯 다정한’(정서윤 지음) 출간을 기념해 사진전을 열었다. 고양이 드로잉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1년간 적자 볼 각오를 하고 있어요.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게 목표예요. 책방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들의 플랫폼이 됐으면 좋겠어요.”

○ 음악, 문학… 취향 따라 오세요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에 5월 문을 연 ‘라이너 노트’는 음악책을 전문적으로 판다. 이름은 음악 해설문을 뜻한다. 음반공연기획사인 ‘페이지터너’가 만든 책방이다. 박미리새 페이지터너 이사는 “음악가의 이야기와 작품을 책과 콘서트, 강의를 통해 직접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트럼펫 연주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탄생 90주년을 맞아 4차례 연주회를 열었고, 재즈 평론가 황덕호, 김현준 씨가 강연도 했다. ‘슈만, 내면의 풍경’(미셸 슈나이더 지음), ‘쇼팽 노트’(앙드레 지드 지음) 등이 많이 판매됐다. 벌써 임차료와 운영비를 벌 정도다.

소설책과 시집을 파는 ‘검은책방 흰책방’은 소설가 김종호 씨(46)가 16일 조선대 정문 앞인 광주 동구 백서로에 낸 서점. 커피와 그가 직접 만든 목공예 소품도 판다. 직장을 다니는 김 씨는 아내와 함께 서점을 운영한다. 김 씨는 “서울에서 4년 전 내려왔는데 문화 공간이 많지 않아 갈증이 컸다”며 “낭독회도 열고, 세미나 공간도 제공해 운영비가 나오는 한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고양이#책방#이색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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