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채식주의자’ 50만 부 판매… 정유정·은희경 등 신작뿐 아니라
신인 작가 소설-시집도 함께 주목
한국 문학에 르네상스가 오는 걸까. 최근 출판가 분위기를 보면 그 같은 분위기다.
은희경 씨의 새 소설집 ‘중국식 룰렛’은 출간 20일 만에 1만5000부를 찍었다. 작가 자신이 “힘을 빼고 쓰고 싶었다”고 밝혔고, 실제로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독자들의 감상도 많다. 한수산 씨의 장편 ‘군함도’도 2만5000부 이상 나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기호 씨의 짧은 소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의 발행 부수는 6만 부에 육박한다. 모두 문학 시장의 활황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다.
작가 이름이 브랜드가 아니냐고 단정 짓기엔 반응이 빠르다. 소설집은 장편보다 주목을 덜 받는 게 일반적인데 ‘중국식 룰렛’은 호응이 크다. 정유정 씨의 ‘종의 기원’은 출간 두 달 만에 15만 부를 찍었다. 정 씨의 전작들보다 판매 속도가 당겨졌다는 게 출판사의 설명이다. 전반적인 출판계의 불황 속에서 문학 장르가 다시 살아나게 된 것은 한강 씨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이 계기가 됐다. 그의 수상작 ‘채식주의자’가 50만 부를 넘어서면서 한국 문학 시장에 전반적인 활기가 도는 상황이다.
출판계는 특히 신인들의 작품집이 독자 수요가 있다는 데 주목한다. 문학동네출판사의 황예인 팀장은 “올 들어 신인들의 책도 대부분 한 달 안에 증쇄를 찍는다”면서 “1990년대∼2000년대 초에 이런 현상이 있다가 한동안 잠잠했던 게 올해 다시 불붙었다”고 말했다. 최근 독자들의 관심이 한국 문학의 중흥기였던 1990년대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지돈 씨의 첫 소설집 ‘내가 싸우듯이’, 최은영 씨의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 김금희 씨의 두 번째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 등 젊은 작가들의 책이 출간 뒤 곧바로 증쇄에 들어갔다.
시집의 인기가 오른 것도 한국 문학 르네상스의 징후다. 시집은 순문학의 고갱이로 꼽혀서다. 한강 씨의 수상 소식에 힘입어 그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가 1만5000부 이상 나간 데다 최승자 시인의 ‘빈 배처럼 텅 비어’가 출간 한 달 만에 1만 부를 넘어설 기세다. 김민정 씨의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도 6000부 이상 찍었고, 이장욱 씨의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김선우 씨의 시집 ‘녹턴’ 등도 독자들의 호응과 함께 증쇄에 들어갔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문학에 대한 독자 반응의 경우 이슈보다는 분위기를 타는데, 최근 문학책이 선전하면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환기시키고 있다”면서 “낯선 작가들도 부각되고 소설뿐 아니라 시를 아울러 문학 장르 전반이 주목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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