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여름밤은 뜬눈으로 지새우자 아들아, 내가 이야기를 하마 무릎 사이에 얼굴을 꼭 끼고 가까이 오라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우리들을 그냥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구나 나뭇잎에 진 한낮의 태양이 회중전등을 켜고 우리들의 추억을 깜짝깜짝 깨워놓는구나 아들아, 세상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많은 너는 밤새 물어라 저 별들이 아름다운 대답이 되어줄 것이다 아들아, 가까이 오라 (…)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짧은 여름밤이 다 가기 전에(그래, 아름다운 것은 짧은 법!) 뜬눈으로 눈이 빨개지도록 아름다움을 보자.
올여름,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에 바로 이준관 시인의 시가 적혀 있다. 처음에 많은 행인들은 이 낯선 시인이 누굴까 궁금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의 다른 작품을 더 찾아 읽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시인의 ‘구부러진 길’만큼이나 좋은, 또 다른 시를 준비했다. 제목이 ‘여름밤’이라 오늘, 내일, 모레 언제 읽어도 좋을 작품이다.
이 시는 행복하고 찬란하다. ‘아들아, 이리 오너라. 세상은 참 아름답단다. 너에게 그것을 보여주마.’ 이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눈은 반짝이고, 볼은 생기 있으며, 목소리는 낭랑하다. 어찌나 아름다운 세상을 씩씩하게 찬미하는지, 읽으면 저절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런데 혹시라도 이 시를 읽고 난 누군가가, 본인에게는 저런 여유가 없으며 세상은 아름답지 않았다고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인은 아주 평범하게 학교 선생님을 하면서 평생 시만 써온 분이다. 그는 좋은 옷도, 좋은 차도, 좋은 집도 없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행복한 마음과 선한 눈과 다정한 미소가 있다. 시인도 세상과 돈에 상처 받는다. 그렇지만 그는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게 세상을 믿고, 시를 믿고, 사람의 선한 마음을 믿는다. 나는 이 시인보다 어리고 맑은 할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그런 시인이 ‘세상은 너무나도 아름답구나’라고 말하니 오늘 밤에는 없던 별도 보일 것만 같다.
평생 믿어온 사람이 노래하고 있다. 그러니 힘들더라도, 이 여름밤을 아름답다고 믿어보자. 잠시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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