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책장 위에 있던 상자를 내려 뚜껑을 열어 봅니다. 의문의 노트에는 로봇 그림이 가득합니다.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진 로봇 설계도와 성능, 재질과 소속까지 빼곡히 적어놓은 일기입니다. 이렇게 꼼꼼히 조사하고 기록한 사람, 이 노트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우연히 보게 된 빛바랜 사진 속에서 나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모습의 아이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아빠이거나 엄마겠지요. 그 아이를 보고 있자면 기분이 참 묘해집니다. 삐뚤빼뚤 써내려 간 글씨, 너무 정직한 그림이 담긴 부모님의 어릴 적 일기를 발견했을 때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이 책은 아이에게 지금의 자신과 별반 다를 것 없이 로봇에 열광했던 아빠의 어린 시절과 만나게 해줍니다. 로봇에 탐닉하여 로봇 일기를 쓰고 그것을 수십 년간 소중히 간직해 온 아빠가 어느 때보다 친근하게 느껴질 거예요.
저자 역시 어린 시절부터 로봇을 무척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로봇을 설명하는 방식이 유려합니다. 우선 펼친 면에 로봇 이름과 걸맞은 특징을 최대한 보여주는 사실적인 그림을 선보입니다. 책장을 넘기면 방금 본 로봇의 모든 정보를 가득 담은 페이지가 있어요. 물론 아이만큼의 상상력이지만 영 아마추어인 것만은 아닌 최대, 최선의 정보입니다. 지구의 축을 돌릴 수 있는 시간로봇도 있는데요. 누구나 지구의 축을 거꾸로 돌려서라도 과거로 돌아가고픈 바람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돌릴 필요가 있을까요? 어느 새 집으로 돌아온 아빠는 어떤 날보다 아이와 가까이 앉아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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