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주의 독서일기]몸은 자신과 나누는 관계의 첫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9일 03시 00분


슈워제네거의 ‘보디빌딩 백과’

《 책은 읽는 이에 따라 제각각 해석되는 새로운 세계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이들은 어떤 책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궁금하신가요. 김경주 시인, 발레리나 김주원 성신여대 교수, 가수 김창완 씨, 방송인 이윤석 씨가 애정을 담아 넘겼던 책갈피 속 세계로 매주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잠재력에 관한 멋진 책이 한 권 있다. 이 책엔 한 줄의 형이상학도 없다. 먹고살기 위해 애쓰다 사는 게 어색해져 버린 현대인의 생활 이데올로기도 없다. 8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 속엔 근육과 뼈라는 단어가 몇만 번 들어간다. 솔직히 말해 모든 페이지가 ‘펌핑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 잠재력에 관한 책이다. 몸값 올리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책은 웨이트트레이닝의 정신백서나 바이블로 통한다. 이 책의 이름은 ‘보디빌딩 백과’(이퍼블릭)다. 이 책은 스무 살에 미스터 올림피아와 미스터 유니버스가 된 아널드 슈워제네거만의 보디빌더 운동 방법과 성장 과정을 담은 것이다.

그는 책에서 말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당신의 궁극적인 잠재력에 도달하는 결심들에 관해서다.” 운동선수를 꿈꾸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 이 책은 공평한 잠재력을 강조한다. 터무니없어 보여도 힘을 쓰기 전까지 힘은 잠재된 것이다. 누군가 가진 것을 사랑하기는 쉽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그가 갖지 못한 것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분명 사랑에 관한 책이다. 잠재력은 우리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사랑할 때 발견되고 발아되는 에너지이므로.

아널드 슈워제네거 하면 영화 ‘터미네이터’가 먼저 떠오른다. 그는 배우의 명성을 벗어나 캘리포니아 주지사로서 나름의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미국 이민자들 사이에선 오스트리아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세계 역사상 가장 근육이 발달한 남자로, 미국으로 건너와 시민권을 얻은 성공한 슈퍼스타 중 한 명으로 통한다.

그러나 그가 남긴 한 권의 이 멋진 책에 대해선 의외로 모르는 이들이 많다. 당신은 이 남자의 커다란 근육 뒤에 숨은 섬세한 신경과 잠재력에 대한 열망 앞에서 또 한번 좌절할지 모른다. 한마디로 이 책은 힘이 세다. 힘을 기르는 책은 맞지만 힘을 주지 않았다. 힘에 관한 한 그를 당할 자가 없어 보이지만, 문장에 힘을 남기진 않았다. 어깨에 힘 빼는 데만 몇 년 걸린다는 말이 가장 잘 들어맞는 신통한 책이다.

몸에 관한 수많은 책이 존재한다. 탐미적 매혹적 방식으로 몸을 다루는 책도 많고 솔직하고 담담하게 몸을 받아들이자는 책도 많다. 그러나 슈워제네거의 ‘보디빌딩 백과’는 기름기가 없다. 그는 자신을 닮을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는 매 순간 극복할 뿐이다. 극복하는 모습을 수많은 도해와 문장으로 수도 없이 반복하며 우리에게 보여줄 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극복을 통해 자신의 몸에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연습하며 ‘동작’하는 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닿는다. 몸은 자신과 나누는 인간관계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몸이 필요한 당신이라면 이 책엔 인간미가 넘친다.
 
김경주 시인·극작가
#슈워제네거#보디빌딩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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