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자서평]헤밍웨이·하루키… 그들의 글쓰기 비법은 ‘꾸준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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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루이즈 디살보 지음/정지현 옮김/328쪽·1만5000원·예문

※지난 일주일 동안 422편의 독자 서평이 들어왔습니다. 이 중 한 편을 뽑아 싣습니다.

최근 중국 드라마 ‘랑야방(瑯야榜)’의 원작 소설이 인기다. 작가 하이옌은 건설회사에 다니면서 취미로 인터넷 소설을 써온 아마추어였다. 하이옌을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건 글재주만이 아니었다. 하이옌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고교 때부터 소설을 썼고,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도 작품을 생각했다. 무엇보다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려고 안달하지 않았다.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 생계를 포기하거나 생계 때문에 작가의 꿈을 버리지 않고, 현실과 이상을 조화롭게 병행했다. 멀리 가려면 천천히 가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루이즈 디살보의 ‘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에는 하이옌처럼 ‘느린 글쓰기’를 실천한 작가들의 사례가 많이 나온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버지니아 울프, 살만 루슈디 등 유명 작가들이 처음부터 전업 작가였던 건 아니다. 많은 작가들이 생업과 병행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영국 작가 앤서니 트롤럽은 매일 출근 전 3시간 동안 글을 써서 평생 여섯 권의 소설을 완성했다. 앤 타일러는 아이가 낮잠 자는 동안 혹은 집안일을 하면서 빈 시간에 글을 썼다. 작품 한 편을 한 번에 완성한 경우도 거의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장편 소설 한 편을 완성하는 데 6개월이 걸리고 퇴고만 수십 번을 한다고 밝혔다. 이쯤 되면 작가는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잘 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현대인은 그 어느 시대 사람들보다도 글을 많이 쓴다. 한 사람이 하루에 이메일, 문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쓰는 글을 합하면 3000자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글을 많이 쓴다고 해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개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업무용 메일, 머리에 떠오른 것을 무심하게 찍어 누른 문자를 작품으로 볼 순 없다. ‘글쓰기는 타이핑이 아니다.’

작가가 되려면 일단 뭐라도 계속 써야 한다. 춥고 더러운 창고에서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12시 반까지 글을 썼던 버지니아 울프처럼, 잘 쓰이나 못 쓰이나 하루에 원고지 20장씩 글을 쓰는 하루키처럼 오랫동안 천천히 끊임없이 써야 한다. 그 다음엔 치열하게 다듬어야 한다.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를 쓸 때 47가지 버전의 결말을 만들었다. 소설가 김연수는 어딜 가나 수첩을 들고 다니며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메모한다. 속도는 천천히, 노력은 치열하게. 이것이 최고의 작가들 사이에 전해지는 유일한 비결이다.

정진우 서울 송파구 신천동
#랑야방#하이옌#루이즈 디살보#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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