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록의 대모, 미국 음악가 패티 스미스(본명 퍼트리샤 리 스미스·70) 말이다. 그의 1집(1975년 ‘Horses’) 첫 곡은 이렇게 시작한다. ‘예수는 누군가의 죄를 대신해 죽었지/나의 죄는 아니었어’. 시 짓기와 펑크록 작곡을 둘 다 수준급으로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 책은 작가 겸 음악인인 스미스가 꿈 환상 현실, 르포와 자동기술법의 경계를 오가며 써낸 에세이다. 스미스의 팬이 아니라면 두서없는 이 일기장을 들추는 데 참을성이 필요할지 모른다. 괴짜의 신변잡기를 20페이지쯤 견뎌내면 마구 쏟아놓는 편린이 실은 퍼즐 조각임을 깨닫게 된다. 음악인이고 자시고 이 인간, 꽤나 대단한 작가란 생각과 함께.
일기의 주인공은 예민하고 변덕스러우며 노안이되 철들지 않는 60대 여자, 뉴욕에 머물되 멕시코부터 아이슬란드까지 자유롭게 오가는 털털한 스타다. 자기도 전설적 예술가이면서 고작 TV 범죄 드라마에 빠져 그 주인공을 동경하기도 한다. 건망증 수집벽 강박증을 고루 지닌 스미스의 글은 솔직하다. 유머와 냉소, 현학과 헛방놓기, 난데없는 슬픔의 파고와 편집증적 디테일이 한데 뒤섞인다. 꿈결 같은 공감각과 상상력이 생동하는 그의 글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처럼 말도 안 되게 말이 된다.
2009년 여름, 경기 이천의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선 스미스는 오른손에 든 전기기타를 왼손 검지로 가리킨 채 객석에 외쳤다. “이것이, 나의, 무기야.” 책을 통해 스미스는 그날의 선언을 갱신한다. ‘망상과 기록, 이것이, 나의, 무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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