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 사이에도 우정(友情)이 있을까?” 영화 ‘델마와 루이스’(1993년 개봉)에 나온 두 여주인공의 우정을 생각한다면 요즘 세상에 이런 소리 하면 몰매 맞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리스, 로마시대 이후 서구 역사의 첫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정에 관한 기록은 오직 남자들만의 이야기였다. 경쟁심과 질투심이 강한 여성은 우정을 나누기엔 부적합한 존재로 여겨졌다.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 S 루이스는 1906년에 “남자들의 무리에 여자들이 끼어드는 것은 우월한 정신적 대화를 오염시켜 ‘우정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라고 썼다.
그러나 ‘유방의 역사’ ‘아내의 역사’를 쓴 저자는 “역사는 펜을 쥔 자의 것이고, 여성이 배제된 우정의 역사도 그와 다르지 않다”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성서부터 신화, 중세 수녀원의 편지 등 수많은 역사와 문학, 철학, 종교, 대중문화 문헌을 일일이 뒤져 가며 ‘여성의 우정’의 역사를 한 권에 담았다.
17세기 영국의 문학 서클과 프랑스의 살롱은 여성이 주도하는 문화와 우정이 꽃피우기 시작한 계기였다. 또한 19세기 여성 참정권 운동의 대표적인 인물인 수전 앤서니와 엘리자베스 케이디 스탠턴 간의 일생 동안 변치 않은 깊은 우정은 ‘자매애(sisterhood)’의 상징처럼 남았다.
저자는 “19세기와 20세기에 이르면 우정이 남성의 일이라는 과거의 생각은 역전된다”라고 진단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남을 배려하고, 다정하기 때문에 우정에도 더 적합한 존재라는 것이다. 최근 김혜자 나문희 등이 출연한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홀로된 노년의 여성이 남성보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훨씬 잘 살아 갈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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