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 K드라마-K팝]
글로벌 스트리밍 사이트 ‘비키’로 본 K드라마의 해외 시청 트렌드
《신선하고 탄탄한 스토리로 무장한 ‘K드라마’의 인기가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비키’와 함께 최근 3년 반 동안 해외 시장의 K드라마 시청 트렌드를 분석했다. 비키는 월 순방문자가 4000만 명에 이르는 한류 콘텐츠 최대 규모 플랫폼이다. 모든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K드라마의 생명력은 더 강해지고, ‘유통 영토’도 넓어지고 있다. 북미, 중남미에 이어 러시아, 폴란드, 알바니아 등 ‘뉴 한류 존’의 성장도 확인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 한류 팬들이 가장 좋아한 한국(K) 드라마는 뭘까.
동아일보와 전 세계 드라마 스트리밍 사이트인 ‘비키(VIKI)’가 2013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K드라마 인기 순위 등을 분석한 결과, 이민호 구혜선이 주연한 ‘꽃보다 남자’가 ‘K드라마의 제왕’으로 나타났다.
‘꽃보다 남자’는 국내에서 2009년 방영된 작품임에도 2013∼2016년 꾸준히 5위 안에 오르며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했다. 또 비키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번역한 자막의 언어는 총 46개에 이른다.
그동안 K드라마에 대한 분석은 가깝고 큰 시장인 중국 위주로 이뤄졌지만 미주, 유럽 등 서구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 한류 스타 주연 로코·학원물의 강세
‘꽃보다 남자’의 롱런과 함께 2014년 ‘별에서 온 그대’, 2015년 ‘그녀는 예뻤다’, 2016년 상반기 ‘태양의 후예’가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시간 동안 재생된 드라마로 분석됐다.
인기 드라마 상위권에는 학원물과 로맨틱 코미디가 강세를 보였다. ‘꽃보다 남자’의 장수 요인 역시 젊은층이 공감할 만한 학교생활과 로맨스가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KBS아메리카의 안정문 이사는 “해외에서 온라인을 통해 K드라마를 보는 주 시청층이 젊은 여성들이기 때문에 드라마 ‘후아유’처럼 젊고 개방적인 내용의 학원물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스쿨 러브온’ ‘후아유’ ‘무림학교’ 등 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춘물은 국내 인기와 무관하게 해외에서는 인기 상위권을 차지했다.
아이돌 가수가 주연인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한 경우도 많다. 해외 시장에서는 ‘K팝은 K드라마의 성공을 위한 샘플이자 이력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비스트 멤버 이기광이 주연을 맡은 tvN의 4부작 드라마 ‘스무살’은 국내 최고 시청률이 0.69%에 불과했지만 비키 사이트에서는 아랍어와 그리스어 등 42개 언어로 번역됐고 ‘시즌2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KBS ‘사랑비’도 국내에선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렀지만 장근석과 ‘소녀시대’ 윤아의 인기에 힘입어 남미 등지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북미는 ‘가족물’, 유럽은 ‘로맨틱 코미디’가 강세를 보였다. 가족을 중시하는 북미에서는 국숫집을 운영하는 삼대(三代)의 이야기인 ‘백년의 유산’, 신분이 바뀐 가족의 사연을 다룬 ‘왔다, 장보리’ 같은 드라마가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일중 미국사무소장은 “가족물의 선전은 해외에서 K드라마 시청층이 30, 40대 이상 연령층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럽 시장에서는 ‘별에서 온 그대’ ‘힐러’ ‘그녀는 예뻤다’ ‘주군의 태양’ 같은 멜로물이나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선호가 뚜렷했다. 중남미는 캐스팅이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배우 박신혜는 ‘중남미 시장의 퀸’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위 안에 그가 출연한 작품인 ‘피노키오’ ‘미남이시네요’ ‘이웃집 꽃미남’ 등 총 3편이 포함됐다. 이민호(꽃보다 남자, 시티헌터)와 장근석(사랑비, 미남이시네요)도 각각 2편을 순위 안에 올렸다.
○ K드라마의 경쟁력은 세련된 스토리와 압축적 구성
콘텐츠 전문가들은 K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세련된 스토리와 압축적 구성, 국경을 뛰어넘은 보편적 정서를 꼽았다. 시즌제가 정착된 미국 드라마는 뒤늦게 드라마를 시청하려고 하면 이전 시즌을 ‘복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남미 역시 ‘텔레노벨라’로 불리는 일일 드라마는 보통 100회가 넘는 대작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K드라마는 16∼24회의 압축적 분량에 희로애락이 모두 포함돼 있어 집중도가 높고 시청이 수월하다는 것.
또 폭력과 선정성이 배제된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 가족 드라마 장르가 대부분이라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인기를 끄는 이유다. 고려대 민족문화원 오인규 교수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여성 주인공과 부드럽고 인간적인 매력의 남성 캐릭터가 주도하는 스토리가 한류 시장의 주요 수요층인 여성들에게 매력적으로 흡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뉴 한류 존(zone)’의 성장
최근 2년 새 K드라마 시청률이 가장 크게 증가한 나라는 러시아, 그리스, 벨기에로 나타났다.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권 시장 역시 ‘뉴 한류 드라마존’으로 떠올랐다. 2년 동안 비키 사이트 재생 시간이 200%나 증가한 러시아에서는 ‘아시안 드라마’라는 한류 팬 사이트를 통해 K드라마의 최신작 정보가 공유된다. 루마니아에서는 ‘해를 품은 달’ ‘유령’ 등이 TV와 인터넷에서 높은 시청률을 얻고 있다. 루마니아어와 폴란드어는 각각 비키 사이트에서 자막 번역이 가장 많이 된 언어 5위와 7위를 기록했다.
뉴 한류 존이 떠오르며 국내 제작사들은 중국과 동남아뿐만 아니라 아랍과 남미 등 신흥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분석을 강화하고 있다. 김연성 HB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이사는 “K드라마는 이제 세계 모든 시장에 동시에 방송되는 대표적 수출산업”이라며 “각국 드라마 시장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스토리 라인에 해외에서 인기 있는 소재와 배우 캐스팅을 최대한 반영하려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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