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스콧 스토셀 지음·홍한별 옮김/496쪽·2만2000원·반비
※지난 일주일 동안 405편의 독자 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독일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1974년 작인 이 영화의 제목은 영화 내용과 상관없이 불안과 관련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수사다. 불안에 대한 우리의 정서를 이보다 더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 있을까? 극심한 불안은 인간의 합리성과 선의, 삶의 존엄성과 품격마저 무력화한다. 이는 극도의 불안장애를 가진 일부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일까?
인류는 무수한 생존의 위기와 싸우며 살아남았다. 점점 더 많은 것을 통제할 힘을 얻고자 고군분투하면서 불안은 어쩌면 필연적 산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안은 유독 근대성의 한 징후로 인식된다. 불안은 불안의 자각을 통해 실존 문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중요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불안을 자각한 한 인간이 필생의 과업처럼 써 낸 불안 탐구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두 살 때부터 공포증, 불안, 신경증을 보였고, 열 살 때부터 25년째 매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만나 왔다고 고백한다. 불안으로 인한 신체 반응과 수치심, 패배감, 무력감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끊임없는 회의와 자기 암시를 통해 격려하며 써 내려간다. 숨기고 싶은 치부를 드러내듯 고투의 기미가 느껴지는 자전적 내용은 불안에 대한 인류의 지적 탐구의 결과물들을 그가 얼마나 집요하고 광범위하게 수집해 왔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생물학, 의학, 심리학, 철학, 사회학 등에서 불안의 개념과 본질, 기원에 이르기까지 불안을 이해해 보기 위한 노력이 가상할 정도다. 불안 극복을 위해 정신약리학과 의학 분야에서 이룬 성과와 효과, 한계에 대해서도 임상 매뉴얼 같은 체험을 공개한다.
저자는 스스로 불안을 극복하고 자신과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힌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불안 극복의 해법은 명쾌히 잡히지 않는다.
다만 불안과 관련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불안에 잠식되지 않으려면 불안을 회피하지 말고 직시할 것.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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