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화가 나지만 화난 표정이 아닌, 어리고 여린 소녀지만 결연한 의지를 담고 있는 눈빛…. 2011년 12월 14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어느덧 온 국민이 지켜 주고 싶어 하는 ‘국민 여동생’이 됐다. 수많은 사람이 소녀상의 맨발에 양말을 신겨 주고, 비올 때는 우산을 씌워 주고, 추울 때는 목도리를 둘러 준다.
이 책은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 김운성 부부 조각가가 들려주는 소녀상 이야기다. 처음에 두 사람은 일본대사관 앞에 세울 수요집회 100회 기념비 디자인을 의뢰받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기념비를 세우지 말라고 압력을 넣는 데 분개한 두 사람은 기념비는 물론 소녀상과 의자까지 형상화해 냈다.
작가는 소녀상에 담겨 있는 상징을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소녀의 머리카락이 거칠게 잘려 있는 것은 그리운 가족과 고향 땅과의 인연이 무참히 끊겨 나간 것을 나타내고, 맨발의 소녀가 발뒤꿈치를 땅에 붙이지 못하고 앉아 있는 것은 전장에 끌려가서도,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차가운 시선에 불안하게 살아온 할머니들의 아픔을 표현한 것이다. 소녀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새는 자유와 해방, 평화의 상징이고, 그림자에 표현된 나비는 아픔을 겪은 할머니들의 ‘환생’을 뜻한다.
소녀상은 이후 국내의 공원과 학교는 물론 미국 등 전 세계 곳곳에 세워져 수많은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소녀상을 눈엣가시로 생각하는 일본 정부는 위안부 재단에 10억 엔을 내놓는 대신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떼쓰고 있다. 그러나 13세에 위안부로 끌려가 ‘꿈을 잃은 소녀’로 비참하게 살아야 했던 길원옥 할머니는 이렇게 외친다. “일본을 다 준다고 해도 용서할 수 있을까? 내 인생 돌려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