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클로드 카욍(1894∼1954)의 ‘자화상’(1932년). Jersey Heritage Collections 제공
중학생 때 아버지 서재에 꽂혀 있던 사진 잡지 ‘라이프’를 넘겨 보며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인상 깊게 기억에 남은 이미지 중 하나가 로버트 카파(1913∼1954)의 ‘쓰러지는 군인’이다. 1936년 스페인 남부 코르도바 주에서 내전에 참가한 왕당파 병사가 총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다.
그러나 포토저널리즘의 상징처럼 널리 알려졌던 이 사진은 연출해 촬영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아 왔다. “카파에 대한 의혹은 그의 과음 성향이 스스로 늘어놓은 과장된 무용담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 내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견해와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설명이다.
유명 사진가 38명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이 책의 저자는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의 예술교육 프로그램 사진 분야 디렉터다. 경매 실무도 경험한 그의 문장은 감상이나 비판 의식에 휘둘리지 않고 시종 균형감을 유지한다.
“두 차례 세계대전의 격랑 속에서 포토저널리즘은 헝가리 출신 방랑자인 카파에게 삶의 목적이자 수단, 방어막이 됐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사실을 대개 있는 그대로 전하지 않았던 그의 회고록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스스로 용감무쌍의 신화에 갇혀 있던 그는 사실 겁에 질려 있었던 게 아닐까.”
카파를 다룬 부분 바로 뒤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이 이어진다. 이 두 장(章)의 내용만으로 다른 36명의 이야기에 대한 신뢰가 넉넉히 돋는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진작가 중 한 사람인 브레송의 큰 역설은 그가 사진에 큰 열정을 품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존 사회 구조에 완전히 적응하지도, 그것을 완전히 거부하지도 않았던 그는 사진을 그저 ‘빠르게 완성할 수 있는 그림 도구’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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