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할망구가/가방 들고 학교 간다고 놀린다/지는 이름도 못 쓰면서/나는 이름도 쓸 줄 알고/버스도 안 물어보고 탄다/이 기분 니는 모르제.’
평생 까막눈으로 살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한글을 깨친 할머니가 쓴 시 ‘내 기분’이다. 저자가 만난 할머니는 또박또박 반듯하게 쓴 국어 공책을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평생 자식 위해 살다가 이제야 세상을 읽을 수 있게 된 할머니들에게 저자는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일상에서 만난 작은 행복, 소중한 깨달음, 감사한 마음이 잔잔하게 담긴 이 책은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3년 반 동안 매주 본보에 같은 제목으로 연재한 181편 가운데 60편을 골라 엮었다.
동기들보다 30여 년 늦게 결혼한 여고 동창에게 친구들이 건넨 덕담 한마디.
“딱 좋은 나이야. 너는 진짜 결혼 적령기에 결혼한 거야.”
다들 까르르 웃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더 지혜롭게 살았을 것이라 아쉬워했지만 이제 그렇지 않단다. 늦은 나이란 없음을, 누구나 자신의 장단에 춤출 때가 가장 돋보인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택배로 물건을 받은 후 칭칭 동여맨 매듭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싹둑 매듭을 잘라내듯 무엇이든 단칼에 베어내지 못했던, 돌아가신 속 좋은 엄마를 떠올린다. 인생에서도 차근차근 풀다보면 풀리지 않는 매듭은 없으리라 믿어본다. 목련 나무 아래서 꽃을 기다리듯 마음에 담을 향기로운 사람을 기다리는 소녀 같은 모습도 있다.
삶에 대한 성찰을 쉬운 언어로 담백하게 풀어냈다. 위로와 휴식이 필요한 이에게 포근한 선물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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