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본군 위안부의 처참한 삶… 피해자 시선으로 생생하게 고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8일 03시 00분


김숨 신작 장편소설 ‘한 명’

김숨 작가는 “피해자 할머니의 말씀처럼 ‘개나 고양이만도 못한’ 시절을 살았음에도 기품과 위엄, 용기를 잃지 않는 할머니들을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김숨 작가는 “피해자 할머니의 말씀처럼 ‘개나 고양이만도 못한’ 시절을 살았음에도 기품과 위엄, 용기를 잃지 않는 할머니들을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열세 살 이후로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게 인간임을 알게 되었다.’

소설 ‘한 명’(현대문학)의 주인공인 아흔세 살 할머니는 말한다. 그는 열세 살 때 고향 강가에서 다슬기를 따다 낯선 사내들에게 잡혀 만주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많게는 하루 70명이 넘는 군인들을 상대해야 했다. 일본군 위안부가 된 것이다.

소설가 김숨 씨(42)가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한 글을 묶어 최근 펴낸 이 소설은 위안부 할머니가 한 명만 생존한 상황을 배경으로, 위안부들이 겪은 모진 고통을 다큐멘터리처럼 묘사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을 포함해 316개에 이르는 참고 자료 목록은 책 속에 묘사된 참상이 대부분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증명한다.

20만 명이 위안부로 강제 동원됐고 그 가운데 2만 명만이 살아 돌아왔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시작으로 위안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후 238명의 위안부 피해자가 공식으로 등록됐다. 현재 생존자는 40명뿐. 김 씨는 “피해를 증언할 할머니가 아무도 계시지 않는 시기가 올 것이므로 소설을 통해 경각심을 갖게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주인공인 할머니는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평생 숨긴 채 살아왔다. 그러다 TV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위안부 생존자가 인공호흡기를 끼고 숨을 모아 쉬며 버티는 모습을 본다. 죽을 때까지 꼭꼭 숨기고 싶었지만 아직 한 명이 더 있음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한다.

열세 살 소녀가 겪은 만주는 지옥 그 이상이었다. 군인들이 다녀갈 때마다 그녀는 식칼로 아래를 포 뜨는 것 같았다. 그녀는 ‘진딧물처럼’ 달려드는 군인들 때문에 몸뚱이가 하나인 것이 원망스러웠다. 얼른 늙고만 싶었다.

반항한 소녀는 발가벗겨진 채 300개의 못이 박힌 판자 위에서 굴려져 숨졌다. 손가락을 잘라 피를 빨면서 아편을 먹고 자살한 또 다른 소녀의 얼굴은 몸서리쳐질 정도로 선명하다. 임신을 하면 곧바로 낙태를 시키는 건 물론이고 자궁까지 들어내는 일도 다반사였다. 매독에 걸려 배꼽까지 썩어 들어간 이도 있었다.

위안부들이 겪은 지옥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과정은 참으로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것이 작가적 상상력의 산물이 아닌 현실에 기반을 둔 것이기에 고개를 돌릴 수가 없다. 아니, 고개를 돌려서는 안 된다. 할머니의 유일한 소원이 가슴을 시리게 만든다.

‘신에게 소원을 빈다면 그녀는 하나만 빌 것이다. 고향 마을 강가로 자신을 데려다 달라고. 열세 살 그때로.’

인세와 출판사 수익금 일부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나비기금’에 기부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김숨#한명#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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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 2016-08-08 13:09:33

    우리 남정네들이 제 구실 못하고 나라 지켜내지 못한 탓으로 우리 누이들에게 참혹한 일을 겪게 한 것. 지금도 북핵과 미사일 위기 앞에 방패 준비 하지 말라는 오만 잡소리와 사도 배치 말라는 중국에 기러 가는 색히덜까지... 조선 망할 때하고 우찌 그리 닮았는지.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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