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테너 강요셉 “원래 꿈은 음악교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8일 12시 43분


“원래는 음악교사가 꿈이었어요.”

세계적인 성악가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왔다. 테너 강요셉(38)은 오페라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뜨고 있는 성악가다. 그는 6월 ‘오스트리아 음악극장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동양인으로는 처음이다. 유럽 유명 극장에서도 단골 출연진이다. 내년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극장에 캐스팅됐다. 1년에 두 달만 집에 들어갈 정도로 일정이 꽉 차 있다. 음악교사를 꿈꿨던 그가 어떻게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었을까?

그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오페라 콘체르탄테 ‘파우스트의 겁벌’에서 주역을 맡아 3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선다.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20년 전만 해도 성악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삼육대 음악교육과 성악 전공이었어요. 남들보다 노래를 잘 한다고는 생각을 못해 음악교사가 되려고 교생 실습을 나갔었죠.”

그의 인생은 대학 4학년 때 우연히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그냥 경험 삼아 갔었는데 가르치던 선생님이 정말 잘한다며 유학을 권유했어요. 그 때까지도 제가 소질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어요.”

졸업 뒤 그는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자신도 몰랐던 능력을 깨달았다. 탁월한 고음이었다. 2003년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인 베를린 도이치오페라극장에 들어갔다. “10년 간 단 한번도 공연을 취소하지 않았을 정도로 성실성을 인정받았어요.”

2013년 그는 안정된 직장을 제 발로 박차고 나왔다. “나태해지더라고요. 한 곳에서만 10년 넘게 노래를 불렀더니 다른 곳에서 제 능력을 인정받고, 도전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그를 불러주는 곳이 없었지만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다. “2013년 12월 오스트리아 빈 국립극장에서 전화가 와 그날 열리는 ‘라보엠’ 공연의 로돌포 역으로 서달라고 했어요. 대타였죠. 로돌포 역은 하이C음이 많이 나오는 어려운 역할이에요. 겨우 시간 맞춰 도착해 무대에 섰어요. 예전부터 많이 해왔던 역할이고, 고음은 자신 있었기 때문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노래를 불렀어요. 평단이나 관객의 반응이 좋았고 그날 이후 출연 요청이 쏟아졌죠.”

그는 지난해 독일 출판사가 발행한 ‘세계 베스트 테너 44명’ 책에서 한국인 테너로 이용훈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제가 유럽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유연함’이에요. 제 고집만 부리지 않고, 극장에서 요구하는 점을 빨리 받아들여요. 그래서 많은 극장에서 저를 찾나봐요. 하하.”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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