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 투어롤로지] 소라벤·에키렌터카를 아십니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10일 05시 45분


하네다 공항 국내선 터미널의 전문 매장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소라벤들. 공간이 좁은 기내서 먹을 수 있도록 작게 만든 김초밥부터 먹기 간편한 로스가츠 샌드위치 등 특화된 메뉴와 비행기 모양의 용기가 눈길을 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하네다 공항 국내선 터미널의 전문 매장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소라벤들. 공간이 좁은 기내서 먹을 수 있도록 작게 만든 김초밥부터 먹기 간편한 로스가츠 샌드위치 등 특화된 메뉴와 비행기 모양의 용기가 눈길을 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일본 여행산업의 고객지향 서비스

기내식 틈새시장 공략한 ‘소라벤’
철도역·렌터카 결합 발상의 전환
환승객 대상 공항 내 캡슐호텔도

도쿄 하네다공항 국내선 터미널에 가면 ‘소라벤’(空弁)이란 간판을 볼 수 있다. ‘벤’(弁)이 도시락을 뜻하는 벤토의 줄임말이니 한자대로 읽으면 ‘빈 도시락’ 또는 ‘공중 도시락’이 된다. 에키벤이 역에서 파는 열차 도시락을 말하는 것처럼, 소라벤은 공항에서 파는 비행기 도시락이다.

일본 국내선은 하네다에서 홋카이도까지 1시간30분, 오키나와까지는 2시간25분이 걸린다. 어지간한 국제선 단거리 구간과 맞먹는 비행시간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일본도 국내선에는 기내식 서비스가 없다. 소라벤은 그런 틈새를 공략한 상품이다. 좌석 간격이 좁고 밀폐된 항공기 특성을 고려해 먹기 간편하고 냄새도 덜 나도록 크기, 메뉴 선정, 조리법을 신경 썼다.

요즘은 국내선을 넘어 일본항공(JAL)의 국제선 기내식 메뉴 중 하나로도 소라벤이 등장하고 있다. 소라벤은 일본의 여행산업이 자랑하는 고객지향의 서비스 마인드를 상징하는 상품이다.
라벤다 투어로 유명한 홋카이도의 관광지 후라노역에 있는 에키렌터카 사무실. 역장실이나 역무원 사무실과 고용으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라벤다 투어로 유명한 홋카이도의 관광지 후라노역에 있는 에키렌터카 사무실. 역장실이나 역무원 사무실과 고용으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에키렌터카(驛レンタカ)도 마찬가지다. 우리 코레일과 같은 일본 JR의 여행서비스 에키렌터카는 문자 그대로 철도역에서 이용하는 렌터카다. 열차를 타고 이동한 뒤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역사 내 사무실(대개 역장실)에서 바로 차를 빌려 지역투어를 즐길 수 있다. 반납도 같은 구역 내 역이면 어디든 상관없다. 기차타고 와서 역에서 간편하게 차를 빌려 지역관광을 하고, 다시 역에 반납한 뒤 바로 열차타고 떠나면 된다. 외국인도 JR 홈페이지에서 쉽게 예약이 가능하고, 철도패스와 연계하면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이런 편리성 때문에 대중교통이 애매한 오키나와나 홋카이도를 여행하는 우리나라 여행객 사이에서 제법 인기가 높다.
일본 하네다 공항 국내선 터미널에 있는 캡슐호텔 퍼스트 캐빈의 ‘퍼스트 클래스‘ 객실.JAL 승무원 숙소로 쓰던 공간을 개조한 퍼스트 캐빈은 객실 등급을 비행기처럼 ‘퍼스트 클래스‘, ‘비지니스 클래스‘로 나눈 것이 특색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일본 하네다 공항 국내선 터미널에 있는 캡슐호텔 퍼스트 캐빈의 ‘퍼스트 클래스‘ 객실.JAL 승무원 숙소로 쓰던 공간을 개조한 퍼스트 캐빈은 객실 등급을 비행기처럼 ‘퍼스트 클래스‘, ‘비지니스 클래스‘로 나눈 것이 특색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하네다 공항 내 캡슐호텔 ‘퍼스트 캐빈’도 역시 밤늦게 도착하거나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는 항공여객의 불편함을 겨냥해 성공한 곳이다. 원래 JAL의 승무원 숙소였던 국내선 터미널의 공간을 활용한 이 호텔은 시설 자체는 여타 캡슐호텔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공항을 벗어나지 않고 5만원 정도에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바로 아침부터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다는 편리성이 주목을 받아 내국인 출장자부터 외국인 환승객까지 인기가 높다.

기내식 부재를 아쉬워한 소비자의 니즈(Needs)에 주목하고, 열차를 타고 내리는 공간으로만 여기던 철도역에 렌트카를 도입하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고, 공항 내 캡슐호텔로 국내외 환승고객을 사로잡는다. 그들과 국제관광시장을 두고 경쟁한다는 우리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상품으로 무엇을 내놓아야 할까.

산업경제부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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