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全州) 모기는 나라 안에 명성이 자자한데 바닷가 모기 또한 전주 모기와 막상막하이다. 그런데 그 모기들은 모두 순천(順天) 금오도(金鰲島)의 모기를 대부(大父)로 치켜세운다. 금오도의 모기가 나라 안에서 으뜸인 것이다.
금오도에는 고라니와 사슴이 많기로 유명해서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 그 피를 마시러 온다. 그런데 반드시 모기한테 피와 살점을 모두 뜯기니, 사람들은 금오도의 사슴이 사람에게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게 되었다. 하지만 사슴이 보탬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기가 끼치는 해가 클 뿐이다.
김윤식(金允植·1835∼1922) 선생의 ‘운양집(雲養集)’에 실린 ‘고약한 모기 이야기(苦蚊說)’입니다. 으뜸 모기라는 이름은 도대체 누가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옛날에도 사슴피는 보양식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모기한테 물어 뜯긴다면…. 모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선생에게 어떤 사람이 이야기합니다.
“천하에 완전한 복은 없으니, 반드시 되돌아가는 이치가 있습니다(天下無完全之福,有必反之理). 그대는 알지 못하십니까. 태양은 하늘 한복판에 도달하면 기울어지고, 달은 차면 이지러집니다. 물은 불을 이기지만 흙은 도리어 물을 이기는 것이 변함없는 이치입니다. 호랑이는 온갖 짐승을 잡아먹을 수 있으니 천하무적이지만 털 사이에 숨은 벌레에게 물어 뜯깁니다. 사마귀는 매미를 잡아먹지만 참새가 그 뒤를 노립니다. … 그대는 사슴피를 마셔온 지가 꽤 오래인지라 혈기도 왕성하고 피부에도 윤기가 자르르 흐릅니다. 생각건대 하늘이 모기를 시켜 그대의 이익을 나눠 가지려는 게 아닐까요.”
“맞습니다. 당연히 모기와 이익을 나눠 가져 하늘의 뜻에 순응해야겠지요. 그런데 사슴이 모기에게 무슨 은혜를 베풀었다고 모기가 사슴을 대신해서 복수를 할까요?”
“모기 같은 미물이 이렇게 텅 비고 적막한 바닷가 섬에 살면서 사슴이 아니면 그 이름을 사방에 드날릴 길이 없었겠지요. 이것이야말로 커다란 은혜 아니겠습니까?”
“아아, 미물 또한 명성을 위해 죽을 수 있단 말인가!”
농담인 줄 알고 방심하다가 한 대 맞은 느낌입니다. 세상 만물이 이렇게 서로 얽히고설켜 살아간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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