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로 다가설 때만 해도 조한승 9단은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다. 흑 23의 일반적 수법으로 흑의 타개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백 24가 놓이자 조 9단의 안색이 변했다. 곤혹스러운 표정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조 9단이 백 24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건 아니다. 이 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바둑판 위에 놓이고 나니 생각보다 아팠다는 것이다.
백 24가 놓인 이상 참고도 흑 1로 달아나는 수가 가장 무난하긴 한데, 백 4까지 흑이 일방적으로 쫓기는 진행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흑 25로 강하게 젖힌 것. 백이 27의 곳으로 물러서서 받아준다면 흑 모양을 만들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그러나 세계 1인자인 박정환 9단이 호락호락하게 흑을 놓아줄 리가 없다. 백 26으로 끊어 흑을 양분시킨 뒤 이어 28로 흑을 포위망 속에 가뒀다. 흑 29는 이런 모양에서 흔히 쓰는 맥.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힌 싸움인데 흑 말이 양분된 상황이어서 어딘지 백보다 버거워 보인다. 물론 백도 한 수 삐끗하면 천길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어 조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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