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란 단어가 가진 뜻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꿈을 가지다’의 그것과 ‘꿈을 꾸다’의 그것이죠. 앞의 것이 현실의 일이라면, 뒤의 것은 수면 속의 일이죠.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재미있는 단어입니다.
이 책은 꿈이 가진 이런 두 가지 의미를 뒤섞는 방법으로 묘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세타 스쿨이란 학교가 그곳입니다. 인간이 잠에서 깨기 직전의 뇌파인 ‘세타파’는 이완과 수면 사이의 중간 상태로 꿈을 관장합니다. 이때 이 시간을 맘대로 조절한다면, 현실에서 훨씬 똑똑한 학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세타 스쿨의 생각입니다. 아이들이 자는 그 시간, 오전 6시부터 40분간 수업이 진행됩니다.
현실의 시간과 수면의 시간은 분리되어야 하나, 세타 스쿨에서는 서로의 시간이 간섭됩니다. 자면서도 자는 것이 아니죠. 아이들은 꿈을 잘 디자인해서 꾸어야 하며, 꿈 시험을 통해 성적을 부여받습니다. 꿈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까봐 잠자는 것이 두려울 지경입니다. 나쁜 기억은 철저히 잊어야 하고, 악몽을 꾸는 것은 죄악입니다. 세타 스쿨을 통해서는 행복한 꿈만 꾸어야 합니다. 행복한 꿈은 상품화되고, 사람들은 더 행복하기 위해 남의 꿈을 돈으로 삽니다. 애써 잊어버린 힘들고 아픈 기억들, 그것은 이제 내 것이 아닐까요?
현실과 꿈과 꿈속의 꿈과 무의식 등 인간 인식의 체계가 시각화되어 있습니다. 무의식에 갇힌 나쁜 기억도 내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주인공은 자신의 삶을 찾았습니다. 꿈 아니고 삶 말입니다. 현실의 시간을 넘어 무의식까지 간섭하는 세타 스쿨이 가상공간이 아니라 지금 우리 현재 공간인 것 같아 섬뜩한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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