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 우하에서 행마에 난조를 보이며 좌상에서 벌어놓았던 이득을 상당히 까먹었다. 그러나 일류의 조건은 한 번 실수해도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는 것. 박정환 9단은 마음을 다잡고 백 52와 같이 좋은 수를 찾아낸다. 한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백 대마의 안전을 도모하는 데 최적의 수였다.
얼핏 참고도 흑 1로 느는 수가 워낙 좋아 보여 백 52를 꺼릴 법하다. 그런데 백 2, 4가 52와 연계된 수순. 흑이 계속 백을 잡으려고 고집하면 백 16으로 오히려 궁지에 몰린다.
흑도 백 52가 놓인 상태에선 더 이상 직선적인 공격은 어렵다고 보고 흑 53으로 우변 실리를 차지하며 천천히 기회를 엿보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틈에 백은 54, 56으로 중앙에 머리를 내밀어 한시름 놓았고 흑도 61까지 하변을 정비하며 장기전에 대비하는 양상이다.
아직도 백이 유리해 보이지만 그 차이는 아주 미세해졌다. 백도 무난하게 둘 수는 없는 형세. 백 62로 우상 한 점을 움직이며 흑 진영에 균열을 일으키려 한다. 초반부터 적진에 심어놓은 특공대를 본격적으로 가동시키는 형국이다. 흑은 이 백을 잡을 수는 없다. 다만 얼마나 최소한도로 살려주느냐가 초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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