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행복한 놀이… 병원 지하서 ‘먹고 마시는 콘서트’도 열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8일 03시 00분


‘동물원’ 원년 멤버…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김창기씨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길 김창기소아청소년발달센터 건물 지하 연습실에서 김창기 씨가 진료를 마친뒤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실제 공연에서 그는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길 김창기소아청소년발달센터 건물 지하 연습실에서 김창기 씨가 진료를 마친뒤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실제 공연에서 그는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2일 인천 송도 신도시에서 열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폭염 속에서 젊은 로커들이 열띤 공연을 하는 가운데 50대 포크 가수가 무대에 올랐다. 동물원 원년 멤버였던 김창기 씨(53)였다. ‘김창기밴드’의 리더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그는 이날 김광석 20주기를 기리는 스페셜 무대에서 절친한 친구였던 김광석의 노래를 열창했다.

최근 그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김창기소아청소년발달센터’를 찾았다. 막 진료를 마친 그에게 포크 가수가 로커들과 공연을 펼치는 게 어색하지 않은지 물었다. “잘하는 것보다 신나게 노는 게 목적”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백팩을 멘 채 병원 문단속을 마친 그는 같은 건물 지하 1층의 연습실로 내려가 바로 통기타를 멨다. 이곳은 김창기밴드의 ‘먹고 마시는 콘서트’가 부정기적으로 열리는 공연장이기도 하다.

김 씨는 와이셔츠 차림으로 바로 기타를 치며 ‘혜화동’을 불렀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리메이크되어 다시 인기를 끈 노래였다. 그의 공연에는 50, 60대 중년은 물론이고 20대 젊은이 70∼80명이 몰려와 한바탕 놀고 간다.

이런 활동이 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답게 그는 ‘XYZ축 행복론’을 펼쳤다.

“X축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Y축은 성취감으로 사회적 성공이 아닌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이뤘는지를 뜻하죠. Z축은 철학·종교로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에요. 이상적으로는 XYZ축 모두 선이 그어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론 XY축만으로 충분해요.”

그에게 노래는 Y축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다. 연세대 의대 시절 친구들끼리 서울 신촌의 카페에서 재미삼아 음악을 만들다 동물원을 결성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친구의 친구로 만나 서로를 ‘궁상 김창기’(궁상을 떤다 해서), ‘광토 김광석’(뭐든지 미친 듯이 열심히 해서)으로 불렀던 김광석도 함께했다. 당시 ‘거리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널 사랑하겠어’ 등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그러다 김창기 씨는 2000년 음악 활동을 접고 의사 생활에 전념했다. 어느 날 딸이 “아빠는 왜 노래 안 해”라고 말한 걸 계기로 2013년 음악활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예전보단 반응이 미지근했다. 그는 생각을 바꿨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보다는 스스로 놀기 위한 욕망을 채우죠. 결과가 좋으면 좋겠습니다만 안 되는 건 수긍해야겠죠.”

그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비로소 김광석의 노래를 불렀다. 평소엔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불렀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김광석이 만든 ‘일어나’와 김광석의 애창곡 ‘나의 노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등으로 친구를 기렸다. 레지던트 시절 김광석의 죽음을 접하고 친구의 괴로움을 뒤늦게 알게 된 김 씨에게 김광석은 여전히 힘든 존재였던 게 사실.

“형제나 다름없는 김광석을 사람들이 여전히 기억해줘서 고맙고, 김광석의 음악을 몰랐던 사람도 잘 아는 계기가 됐으면 하죠.”

현재 김 씨는 그동안 꿈꿔왔던 라디오 DJ 활동(CBS 그대 창가에 김창기입니다)을 하는 동시에 동아일보에도 ‘김창기의 음악상담실’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그의 칼럼은 국내외 노래를 정신분석으로 풀이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그는 다음 달 3일 ‘파주포크페스티벌 2016’(경기 파주시)과 다음 달 8일 ‘튠 업 콘서트, 영원한 청춘가객-김광석편’(충남 아산시) 무대에도 오른다. 각오를 물었다. “환희와 쾌락의 순간은 짧아요. 다시 한 번 신나게 놀다 올 겁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동물원#김창기 밴드#김광석 20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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