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씨의 첫 소설집이다. 그는 표제작 ‘쇼코의 미소’로 등단했고, 이 작품으로 이듬해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았다.
자연스럽게 ‘쇼코의 미소’에 눈길이 간다. 원고지 200장이 넘는 분량의 중편소설이지만 힘들게 읽히진 않는다. 오히려 다음 장을 궁금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는 일본인 쇼코와 한국인 소유가 처음 만났던 고교시절부터 성인이 되어서의 이야기를 그렸다.
고등학생 때 한국의 자매학교를 방문해 한국 학생 소유의 집에 묵게 된 쇼코. 소유가 보기에 쇼코가 짓는 미소는 ‘그냥 상대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취하는 포즈’다. 엄마와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소유와, 고모와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쇼코의 가정 배경은 비슷해 보인다. 작가는 그럼에도 두 사람이 처음엔 상대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다가 종국엔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과정을 담는다. 그 시간에 대한 작가의 묘사가 차분하고 담담하다. ‘할아버지’라는, 가정의 가장 높은 순위의 존재는 두 소녀에게는 버겁고도 힘겨워 벗어나고 싶은 대상이었다. 그랬던 대상이 실은, 쇼코와 소유가 저마다 갖고 있는 상처를 세상으로부터 지켜주는 방패였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이 과정에서 쇼코와 소유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최은영 씨가 소설에서 고집스럽게 놓지 않는 주제의식은 타인에 대한 이해다. 그 이해는 때로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한지와 영주’에서 영주는 프랑스의 한 수도원에서 케냐 출신 청년 한지와 우정을 나누는 듯하지만 갑작스러운 단절을 겪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씬짜오, 씬짜오’에서 작가는 베트남의 응웬 아줌마와 화자의 어머니가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으로 가능성을 붙잡는다.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에 속한 사람들의 관계 맺기를 보여주면서 작가는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나눌 수 있는 이해의 폭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