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피곤해도 삶의 지혜 배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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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한일 가톨릭계 대학교 프란치스코 봉사캠프 현장

충북 음성군 꽃동네에서 속옷 포장 봉사활동을 한 한일 대학생들이 17일 저녁 서울역을 찾아 포장한 속옷을 노숙인에게 나눠주고 있다. 가톨릭대 제공
충북 음성군 꽃동네에서 속옷 포장 봉사활동을 한 한일 대학생들이 17일 저녁 서울역을 찾아 포장한 속옷을 노숙인에게 나눠주고 있다. 가톨릭대 제공
“마태복음 10장 8절에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기다립니다. 여러분이 말씀을 꼭 기억하십시오.”

학생들의 박수를 받으며 강단에 오른 교황청 인류복음화부 차관 사비오 혼 타이파이 대주교는 한국말로 또렷하게 “안녕하세요”라고 첫인사를 건넸다. 그는 성경 한 구절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폴란드에서 열린 제31차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에서 전한 가르침을 인용하며 봉사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제1회 한일 가톨릭계 대학교 프란치스코 봉사캠프가 진행 중인 경기 가평군의 한 수련원에선 21일 대주교의 특강으로 일정이 시작됐다.

사비오 혼 타이파이 대주교는 “보편적인 지식을 배운 대학생들이 봉사를 통해 배움을 실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제공
사비오 혼 타이파이 대주교는 “보편적인 지식을 배운 대학생들이 봉사를 통해 배움을 실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제공
타이파이 대주교는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라는 사도행전 2장 42절을 거론하며 “친교가 있는 봉사는 그리스도의 정신이 담긴 질 높은 봉사”라며 “형식적으로 봉사하지 말고 즐길 수 있는 봉사를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특강 후 학생들과 어울린 대주교는 “국적을 불문하고 봉사를 위해 학생들이 어울리는 것을 보니 마음이 뜨거워졌다”며 “동북아시아 문제, 특히 한국과 일본의 아름답지 못한 역사에 대해 알고 있는데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이 봉사캠프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당시 보여준 화해와 희망의 메시지를 되새기기 위해 추진됐다. 한국가톨릭계대학총장협의회와 일본가톨릭계대학연맹이 공동 개최한 이번 봉사캠프에 한국 학생 97명, 일본 학생 38명, 중국 홍콩에서 온 유학생 등 140여 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앞서 16∼20일 충북 음성군 꽃동네, 경북 포항시 민들레공동체, 경북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 농촌마을, 전남 나주시 노안면 양천리 농촌마을, 경남 밀양시 오순절평화의마을 등 5곳에서 장애인, 영유아, 농촌 노인 등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벌였다.

안동시에서 농촌 일손을 도운 임성희 씨(19·꽃동네대 간호학과)는 “오전 5시에 일어나 일했다”며 “잠이 부족해 몸은 피곤했지만 마을 어른들과 함께 일하고 새참을 먹으며 삶의 지혜도 배웠다”고 말했다. 송민진 씨(24·가톨릭대 환경공학과)는 “대학 다닐 동안 한 번도 봉사한 적이 없고 이번이 처음인데 작은 일에도 웃어주는 장애인분들을 보며 많이 반성했다”고 말했다.

봉사를 통해 어우러지며 국적의 벽도 무너졌다. 꽃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한 황진선 씨(21·인천가톨릭대 간호학과)는 “처음엔 외국인 친구들과 겸상하는 것도 어색했지만 문화 차이 등을 극복하며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20일 오후부터 봉사캠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인성캠프’가 진행됐다. 학생들은 봉사활동에 대한 경험, 역사 인식에 대한 이야기로 소통했다.

학생들은 22일까지 어울림한마당, 캠프파이어 등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갖는다. 한국가톨릭계대학총장협의회 의장인 박영식 가톨릭대 총장은 “봉사캠프가 아시아 전역의 화해, 통합, 평화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봉사캠프는 앞으로 매년 여름에 개최되며 내년 개최지는 일본 나가사키가 될 예정이다.
 
가평=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란치스코 봉사캠프#한일 가톨릭계 대학교#사비오 혼 타이파이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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